현대로템 창원공장의 철차공장은 전 세계 37개국에 납품하는 철도차량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연평균 무려 900량의 철도차량이 이곳에서 탄생하는데요. 특히 최근에는 폴란드 바르샤바 트램과 말레이시아 무인 전동차, 호주 시드니 2층전동차와 이집트 카이로 지하철 등 연이은 해외수주 성공으로 한가할 틈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대의 열차가 철로를 누비기까지 공장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현대로템 공식 블로그에서 앞으로 3부에 걸쳐 그 비밀을 공개합니다. 오늘은 열차 탄생을 위한 첫 번째 과정, ‘차체’에 관한 이야기로 포문을 열겠습니다.
▲ 다양한 철차를 제작하고 있는 현대로템 창원 차체1공장
창원공장에서 수행되는 철도차량의 생산 공정은 크게 열차의 골조를 만드는 차체 (용접)제작, 차량의 색을 입히는 차체 도장, 주요장치의 취부 및 인테리어 작업을 하는 의장공정, 차체와 대차를 조립 후 완성차 단계의 검사 및 공장 내 시운전 순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여기에서 ‘차체’란 우리가 열차를 처음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차량의 뼈대와 외관을 말합니다. 현대로템 창원공장의 차체1공장에서는 이러한 차체 제작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요.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해 분주히 돌아가고 있는 컨베이어 벨트의 모습을 상상하고 들어선다면, 생각과는 다른 풍경에 다소 놀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인도 GMRC 전동차 납품을 위한 사이드 프레임을 용접하는 구역
일반 자동차의 경우, 운전석의 위치와 몇 가지 옵션만 제외하면 거의 비슷한 구조를 갖기 때문에 다양한 모델을 함께 양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철도 환경을 반영해야 하는 철도 차량은 소품종 대량생산을 할 수 없습니다. 출입문 사이즈 및 간격 등 차량/종 별로 요구되는 기준이 달라 여러 나라의 제품을 하나의 공정 라인에서 연속 생산 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이로 인해 현대로템 차체1공장에서는 내부를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 요구사항 별 규격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 홍콩 지하철 납품용 사이드 프레임. 표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찍힌 작은 점은 용접의 흔적이다
철도 차량은 육면체의 각 부분을 따로 제작하여, 하나로 합치는 조립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차체1공장에 들어서면, 24m에 달하는 규모의 거대한 사이드 프레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요. 길게 누워있는 사이드 프레임을 가만히 살펴보면 단추만 한 작은 점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이드 프레임은 각각의 프레임 블록을 겹친 후, 외판과 내판 사이에 용접 기계를 집어넣어 가압하면서 전기를 통전하는 방식으로 이어 붙여요. 이러한 용접 방식을 ‘스팟 용접’이라고 부르죠. 표면에 있는 작은 점들은 바로 이 스팟 용접 과정에서 생긴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홍콩 지하철 납품용 사이드 프레임은 각 프레임 블록의 뼈대와 외판을 모두 스팟 용접으로 접합했기 때문에 외부에 점이 남게 됩니다. 그러나 모든 전동차가 스팟 용접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데요. 국내에서 운행되는 지하철 9호선이나 신분당선 전동차는 스팟이 남지 않는 레이저 용접으로 차체를 조립합니다. 레이저 용접으로 조립한 전동차의 외관은 표면이 매끈한 것이 특징이죠. 이제부터는 열차를 이용할 때 차체만 보아도 어떤 용접 방식이 사용되었는지 바로 알 수 있겠죠?
차체를 만드는 재질은 크게 ‘스테인리스’, ‘마일드’, ‘알루미늄’으로 구분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동차는 대부분 스테인리스나 마일드 재질이며, 고속열차는 마일드 및 알루미늄으로 제작하는데요. 고강도 스테인리스는 일반 강철에 비해 가볍고 강도도 뛰어나 전동차에서 주로 사용하 있다고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사이드 프레임 역시 고강도의 스테인리스로 제작되어 탄탄한 차체를 자랑하죠.
▲2량 편성만으로 운행이 가능한 우이신설선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었다
한편, 알루미늄을 활용해 전동차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요. 부산-김해 경전철과 우이신설선, 인천 2호선, 김포 경전철 등은 차체가 가볍고 높은 강성을 요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벼운 알루미늄 재질로 차체를 제작한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말레이시아 전동차, 광주와 대전의 지하철 등, KTX 산천, EMU-250 등이 각 지역의 철도환경 및 차량의 요구사항에 따라 알루미늄 철도차량이 제작 및 운영되고 있습니다.
▲ 속을 비워낸 알루미늄 프로파일을 용접으로 합치면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강도를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알루미늄 차체는 어떻게 내구성을 강화시킬 수 있을까요? 위 사진은 알루미늄 차체의 상부 프레임인데요. 자세히 보시면 중간중간이 텅 비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알루미늄 상부 프레임은 알루미늄 프로파일을 하나하나 이어 붙여 제작한 프레임 블록을 용접하는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알루미늄 차체는 무게를 줄이면서도 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해요.
▲ 차체의 하부 프레임은 강철 기본 골조에 판을 얹은 후, 다시 한 번 평평한 판을 용접하는 과정 끝에 완성된다
위 사진에 보이는 것은 차체의 하부 프레임입니다. 차체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이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차량의 바닥 부분인 하부 프레임은 더욱더 그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대차를 비롯한 차량의 주요 부분이 장착되는 곳이자 승객들의 하중을 그대로 받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차체의 하부 프레임은 기본 골조에 판을 얹어 용접하는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골조는 강도를 보다 단단하게 유지하기 위해 스테인리스나 알루미늄 대신 강철 프레임을 사용하는데요. 여기에 평평한 바닥 면을 다시 한번 용접하면 하부 프레임이 완성됩니다.
▲ 조립된 차체에 크레인을 통해 상단 프레임을 얹는 모습
이제 하부 프레임이 완성되었으니, 그동안 만든 모든 부분을 하나로 합칠 차례입니다. 완성된 하부 프레임은 공장 내 크레인을 이용해 조립 과정을 거치는데요. 양쪽 사이드 프레임을 세워 하부 프레임과 단단히 용접한 후에 상부 프레임을 차례로 얹습니다. 마지막으로 차체의 앞과 뒤에 엔드 프레임을 붙이면 비로소 한 대의 차량이 외관을 갖추게 되는 것이죠. KTX 등 앞부분이 돌출된 운전실 차량에서는 강화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캡마스크를 부착하기도 한다고 해요.
▲ 강화 플라스틱 프레임 베이스를 용접 결합하고 마무리 과정에 돌입한 운전실
차체를 제작하는 거의 모든 과정이 용접으로 마무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일찍이 용접의 중요성을 인식한 현대로템은 별도의 용접 교육장을 마련하여 안전한 차체 제작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차체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용접사에게 최신 용접 기술과 관련 지식을 교육하는 것은 물론이고, 능력 검증 과정을 거쳐 철차의 용접품질을 최고로 끌어올린 것이죠.
▲ 협력업체의 기술력과 품질을 높이는 현대로템 용접교육 현장
용접의 품질은 작업 환경에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용접하는 자세에 따라 용접의 품질이 좌우되기도 하는데요. 작업자의 자세가 불편할수록 용접의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철차의 하부나 상부를 용접할 때, 운전자가 바닥에 들어가서 작업을 하게 되면 올바른 용접 자세를 유지할 수가 없는데요. 현대로템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을 360° 회전하는 지그에 고정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작업자가 허리를 굽히거나 바닥에 들어가지 않고도 차량을 직접 회전시켜 아래보기 용접을 할 수 있죠. 이러한 기술 덕분에 용접사는 안전하게 작업을 마칠 수 있고, 용접 품질 역시 높일 수 있는 것입니다.
▲ 작업장을 최상의 온도로 유지시켜주는 원적외선 히터
또한 작업장의 기온도 용접 품질에 영향을 끼칩니다. 알루미늄의 경우 최소 영상 5~10°C 정도 온도가 확보되어야만 용접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현대로템 공장에서는 실내 기온이 적정 온도 이하로 떨어질 경우 작업자들의 체온을 보호하고, 최고의 품질로 용접할 수 있도록 상부에 설치한 원적외선 히터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이는 전동차 외관을 구성하는데도 이렇듯 많은 과학적 원리와 기술,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하지만 열차가 철로를 누비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아있다는 사실, 기억하시죠? 완성된 차체의 안팎을 꾸미는 도장과 의장 작업 등에도 신기한 기술과 새로운 사실이 숨어있다고 하는데요. 기나긴 열차 제작 여정의 스타트를 끊은 차체가 앞으로 어떠한 여정을 거치게 될지 계속해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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