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기차나 전철의 선로를 바라보면, 하늘을 길게 가로지르는 '전깃줄'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가정으로 전기를 보내는 전깃줄과는 조금 용도가 다르지만 이 '전차선' 역시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오늘 알쓸신철 전차선 상식에서는 안전한 철도차량의 운행을 돕는 전차선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지난번 소개해드린 ‘알쓸신철 팬터그래프 상식’도 같이 확인해보세요!
전차선은 이름 그대로 팬터그래프의 집전판에 접촉해서 철도차량에 필요한 부하전류를 공급하는 겉을 씌우지 않은 구리줄(나동선)을 말합니다. 궤도면으로부터 일정한 높이로 설치되어 전기를 사용하는 철도차량에 필수적인 장치입니다.
흥미롭게도 전차선은 팬터그래프의 개발과 그 시작을 같이 했는데요. 전차선과 팬터그래프의 상호작용을 통해 전류를 공급받아 열차를 운행하기 때문에 팬터그래프와 전차선의 개발 역사는 같이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차선의 원리는 과학 시간에 배운 전류의 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집전장치인 팬터그래프의 집전판과 여기에 직접 맞닿는 전차선은 전기가 아주 잘 통하는 도체(은, 구리, 알루미늄 등 전기나 열을 잘 전달하는 물체)입니다. 이 두 재료 간에 전하(물체가 띄고 있는 정전기의 양)의 차이에 의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전기가 통하는 방식입니다.
▲팬터그래프와 전차선 인터페이스 구성도
이렇게 전차선은 팬터그래프의 집전판과 자주 마찰하는 만큼 종종 스파크가 튀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스파크가 아니라 전류가 흐르는 상태에서 강한 빛이 발생하는 아크(arc)인데요. 전차선과 팬터그래프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이 아크는 안전한 철도차량의 운행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해외는 물론 국내 전동차 구매 요구사항에도 전차선과 관련된 인터페이스 항목이 항상 명시되죠.
이러한 요구사항의 검증 방법으로는 팬터그래프가 전차선을 밀어 올리는 힘, 즉 압상력이 규격 기준을 초과하는지 측정하는 방법과 팬터그래프와 전차선 간 마찰에 의한 아크를 측정하여 발생횟수와 지속시간의 정상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등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아크 측정을 위해 팬터그래프에 설치되는 카메라 안(EN50317 참고)
특히 팬터그래프 앞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아크를 측정하는데, 이때 발생한 아크 중 특정 전류를 초과한 아크의 발생시간과 발생 총 시간 등으로 그 정도를 확인합니다. 해당 기준을 초과하지 않으면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니, 안심하고 철도차량을 이용할 수 있겠죠?
이쯤 되면 전차선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다른 전차선을 선택하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전차선은 설치 방식이나 단면의 모양 혹은 전압에 따라 종류를 나눠볼 수 있는데요. 특히 설치 방식에 따라 고속철도에 많이 사용되는 고장력 심플카테나리 방식, 일반철도에 많이 사용되는 심플/헤비심플카테나리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설치 방식에 따른 전차선의 타입
심플카테나리 방식은 전차선을 공중에 매다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팬터그래프가 접촉하는 주가선 부분을 드로퍼를 사용하여 조가선과 연결됩니다. 심플카테나리 방식에서 선 굵기와 장력을 키운 헤비심플카테나리, 심플카테나리 두 개를 연결해 부하를 줄인 트윈심플카테나리도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단면에 따른 전차선의 종류
전차선의 단면은 크게 일반철도와 도시철도, 고속철도 등 사용 용도 및 형상에 따라 원형, 이형, 제형으로 나뉩니다. 대표적인 단면의 형태로 원형, 홈원형, 홈제형, 홈붙이이형, 홈이형 등이 있는데요. 일반적으로는 원형에 홈이 파인 홈원형을 많이 사용합니다.
▲전차선의 전압 종류를 나타낸 표(EN50163 참고)
한편 전압에 따른 전차선의 구분은 해당 전력을 생산하는 인프라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국내 도시철도에는 DC1.5kV, 일반철도 및 고속철도에는 AC25kV가 주로 쓰입니다. 국가에 따라 전압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주세요!
이처럼 철도차량의 운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차선이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작동을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실외에 설치되는 장치이기에 다양한 기후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여러 조건을 고려해 선정해야 하는 것이죠. 허용되는 전류와 강도, 그리고 경제성을 고려한 굵기를 선택하고 장력이 크거나 전압강하가 적은 재료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상황에 알맞은 전차선을 선정함에 따라 수명도 달라지는데요. 실제 전차선의 수명은 팬터그래프와의 마찰에 의한 마모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에는 내마모성이 우수한 주석 합금 전차선을 사용해 수명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열차 속도에 따른 전차선의 높이(EN50367 참고)
이렇게 선정된 전차선은 일반열차/고속열차 등 열차의 속도에 따라 다른 높이에 설치됩니다. 200km/h 이하의 열차라면 5m~5.75m, 250km/h 미만의 열차라면 5m~5.5m, 250km/h 이상의 열차는 5.08m~5.3m 등으로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층 열차와 같이 철도차량의 높이가 조금 높다고 해도 열차의 건설한계와 차량한계 내에서 팬터그래프의 최소/최대 동작범위를 설정하는 것으로 충분히 조절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전차선은 얼마나 자주 교체될까요? 교체 주기는 일반적으로 정해져 있기보다는 운영기관의 주기적인 상태 점검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전차선의 안전성을 저하하는 까치집이나 폐비닐, 조경수 등을 제거하게 되죠. 교체가 필요한 경우에는 전차선 전체의 단가가 매우 높기 때문에 손상된 구간만을 교체한다는 점도 참고해주세요.
만약 전차선이 운행 도중 끊기는 사고가 발생하면 열차는 구원운전을 통해 해당 구간을 탈출해야 하며, 재시공이 완료될 때까지 해당 구간의 이용이 불가합니다. 단, 최근에는 자동하강장치(ADD) 기능이 포함된 팬터그래프를 사용하면서 전차선과 팬터그래프가 엉키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철을 이용하다 보면 ‘전력 공급방식의 변경으로 일시적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된다’는 안내방송이 들려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청량리-회기, 서울역-남영 등 전력 공급방식이 교류-직류로 변경되는 이러한 구간이 바로 ‘절연구간’ 인데요. 이 구간에서 일부 전등이 소등되는 것은 전력 공급이 중단되어 비상전력을 사용한 최소한의 전원만 가동되기 때문입니다. 열차는 이 구간에서 가속을 할 수 없고 관성으로 운행합니다.
▲절연구간을 통과하는 열차의 모습을 나타낸 시스템 구성도
이 절연구간 역시 전차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전류가 흐르지 않는 구간을 만들어 전기를 차단하는 원리입니다. 열차 자체는 서로 다른 전력공급방식에서도 운행이 가능하지만, 두 구간을 안전하게 연결하기 위해 전차선의 한쪽 또는 양쪽에 절연구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팬터그래프는 차량에 전력을 공급 및 차단하는 회로차단기를 통해 절연구간에서 자력으로 이동한 뒤, 다시 회로차단기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게 됩니다.
▲빠른 속도로 튜브 속을 달리는 자기부상열차의 이미지
이처럼 전차선은 전기철도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기술의 산물입니다. 하지만 미래형 열차에서는 그 위상이 조금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속도와 안정성이 우선시되는 미래형 열차에서 전차선은 열차의 속도를 높이는 제약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전차선이 실제로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데다가, 팬터그래프와의 인터페이스까지 필요로 하는 만큼 철도의 확장이나 속도에 걸림돌이 되어 왔죠. 최근에는 튜브트레인처럼 전차선이 없는 자기부상 방식 등이 대표적인 미래형 열차로 언급되며 초고속 열차의 시대가 가까워졌음을 실감케 합니다.
현대로템 역시 미래형 철도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체에너지인 수소를 활용한 열차의 개발에 참여하고, 배터리 전력으로만 운행하는 무가선 트램을 개발하기도 했죠. 이처럼 빠른 속도의 열차 개발 움직임이 활발해짐에 따라, 미래에는 전차선과 팬터그래프의 역할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전차선 상식, 어떻게 보셨나요? 현대로템은 안전한 철도차량 제작을 위해 3대 안전기술인 충돌, 화재, 탈선에 대한 시스템엔지니어링 분야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태기반유지보수 기술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철도차량 운영 안전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승객의 안전뿐만 아니라 운영자 및 유지보수자를 위한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도 앞서가는 현대로템의 기술력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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