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템인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일상 속의 감동을 기록하는 현대로템 임직원 칼럼! 이번 칼럼은 기후와 언어, 음식과 문화도 다른 멀리 이국 땅에서 현대로템의 이름 아래 뜨거운 열정을 펼치고 있는 주인공을 만나 봅니다. 현대로템 터키 생산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해외생산관리팀 이도관 과장! 바다 건너에서 전해 온 로템인의 진솔한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 하시죠.
우리 회사 블로그에 게재될 칼럼이라는 영광스러운 청탁을 받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 드릴 수 있을까’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칼럼을 준비하며 지난 11년 간의 직장 생활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개인적으로도 뜻 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는 저의 뇌리에 떠오른 단어 하나는 바로 ‘인샬라’입니다. 제가 근무했던 이집트나 현재 근무하고 있는 나라인 터키의 무슬림들이 입버릇처럼 꼭 사용하는 표현이죠. 보통 ‘신의 뜻대로’라고 해석이 됩니다만, 저는 ‘인샬라’를 ‘진인사대천명’과 비슷한 의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무슬림들은 오직 알라(신)만이 미래를 알고 일을 주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말에 ‘인샬라’를 붙입니다. 예를 들어 ‘이 업무는 오늘까지 꼭 끝나야 한다’고 말하면 ‘알겠어. 인샬라’라고 답하죠. ‘나는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해 이 일을 할 테지만, 그래도 최종적인 결과는 신의 뜻대로, 신이 원하시는 대로 될 것이다’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답변입니다. 모든 세상만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노력과 함께 우연, 인연도 필요하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오랜 해외 근무를 통해 이제는 익숙해진 ‘인샬라’라는 표현은 현대로템인으로 살아 온 제 자신의 지난 세월을 설명할 때도 그럴 듯 하게 맞는 표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현대로템 입사 전, 이전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인생을 꿈꾸기 위해 공부를 하려고 했습니다. 당시 아내는 첫 딸을 임신하고 있었는데요. 평소 좀처럼 고민하거나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초긍정 멘탈의 소유자인 아내가 제가 공부를 하겠다고 말하자 동의는 하면서도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내의 그런 모습은 저를 망설이게 했고 때마침 현대로템 경력직 채용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계획을 재수정해서 이직을 하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현대로템인이 되었지요.
▲미국 SCRRA 2층 객차 최종 차량 출고 현장에서 함께 수고한 동료들과
해외 근무도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06년 우리 회사가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주 지방철도공사(SCRRA)로부터 수주한 2층 객차 사업에 다수의 직원들이 투입된 바 있는데요. 저 또한 지원인원 중 한 명으로 SCRRA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해외근무도 처음이었고, 저에게 주어진 출고수정 및 생산업무도 당시까지 해보지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당초 1년 계획으로 출발했지만 27개월 동안 파견 근무 하면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습니다.
‘초긍정녀’ 아내의 망설임, 그 때 발견한 현대로템 경력직 채용 공고, 입사 후 만나게 된 미국 프로젝트, 해보지 않았지만 해야만 했던 업무들… ‘인샬라,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 지금의 제 인생을 만든 중요한 ‘사건’들은 매 순간 우연의 얼굴을 하고 다가온 듯 하지만, 제 노력과 인연이 바탕이 된 ‘인샬라’, 신의 뜻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미국 SCRRA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이집트를 거쳐 현재는 터키에서 근무 중입니다. 터키에는 우리 회사의 현지 생산법인 현대유로템이 있는데요. 저는 현대유로템 공장에서 자재관리 및 구매(현지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해외 근무는 국내와는 조금 다른 포인트에서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문화 차이가 무슨 큰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현장에서 현지인과 함께 일을 하다 보면 뿌리 깊은 문화적 차이와 이에 따른 어려움, 난처함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다른 문화는 다른 가치를, 다른 가치는 다른 태도를, 그리고 다른 태도는 다른 행동을 유발합니다. 즉, 문화의 차이가 업무 수행 방식의 차이를 만듭니다. 저희에겐 성공적 납품과 개통이라는 절대 목표가 있고, 대부분의 경우 촉박한 마감 시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절대 목표를 향해 가는 발걸음은 모두가 다른 속도입니다. 서로 다른 나라의 문화적 차이가 속도의 차이를 만드는 것입니다.
해외에서 일을 하다 보면 ‘뭣이 중헌지’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 버리는 경우를 종종 만납니다. 해외 근무를 하면서 현지인과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이해의 지름길은 많은 도전을 통한 시행착오, 그로 인해 얻어지는 깨달음과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이집트에서 함께 일한 현지인 동료의 약혼식에 참여하다 (사진 중앙 이도관 과장)
저는 이집트 근무를 하면서 ‘이도관’이라는 이름은 현지인에게 부르기도 어렵고 기억하기도 어려운 듯하여, ‘핫산’이라는 이집트 이름을 선택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영희 짝꿍 ‘철수’같은 이름인데요. 어린 시절 아라비안 나이트 동화책에서 익숙하게 보아 온 이름입니다. 너무나 구수하고 정겨운 현지 이름이라, 이집트 직원들과 한층 더 친근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핫산’이라는 이름으로 이집트인들과 교감을 나누기 시작했고, 현지 업체 직원들과 업무를 풀어나갈 때도 더욱 부드럽고 유쾌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저의 삶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된 ‘인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오케이, 인샬라’라는 현지인의 대답을 들을 땐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인샬라는 왜 붙일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종적인 책임은 신의 뜻으로 돌리는 게 아닌가, 책임 소재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 적 있습니다. 그렇지만 함께 일하면서 무슬림이 가진 종교적 인생관을 이해하게 되자 ‘인샬라’가 새롭게 들려 오기 시작했습니다. 책임을 피하기 위한 표현이 아니라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에 신의 가호가 더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인샬라’를 따르는 현지인들과 함께 일하면서 손 빠르고 성격 급하고 맺고 끊음 분명한 한국인의 스타일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 내가 조금 더 먼저 챙기고 한 번 더 돌아보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와 다른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그들 또한 우리를 존중하고 마음을 열어 준다는 사실. 앞으로 해외에 나와서 일하게 될 현대로템 후배들께도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서 일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건넵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고 싶지 않느냐, 문화가 다른 현지인들과 일하려면 답답한 점도 많겠다,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해외 근무 경험자로서 말씀드리자면, 현지 근무는 매 순간 언제라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각오’ 혹은 ‘불안감’을 품고 가야 하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디든 정 붙이면 고향이라고, 현지인 동료들과 우정도 쌓고 교감도 하면서 ‘내 자리’를 만들어 가기는 하지만 불현듯 찾아오는 외로움과 잊을 만 하면 들려오는 테러 소식, 한 번씩 마주치는 절벽 같은 문화적 차이는 심리적으로 많은 힘겨움을 안겨 줍니다.
▲이도관 과장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는 존재, 든든한 가족
지금까지 해외에서 근무하는 동안, 수 많은 어려움을 딛고 굳건히 나아갈 수 있었던 저의 가장 큰 조력자는 바로 가족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환경에도 탁월한 적응력을 가진 긍정여왕 아내,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살면서도 씩씩하고 건강하고 똑똑하게 자라고 있는 두 딸. 저희 가족은 영화 ‘백 드래프트’의 소방관들처럼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유 고, 위 고(You go, We go)’의 정신으로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2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이집트와 터키에서의 주재원 생활 속에서도 저희 가족은 항상 함께하고 있습니다.
해외 근무를 하다 보면 내가 왜 ‘가장’인지, ‘가장’이 무엇인지를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저희 가족은 2016년 7월부터 지금까지 터키에서 생활하고 있는데요. 터키와 우리 가족의 첫 만남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2016년 7월 15일, 며칠 먼저 터키에 들어온 저를 따라 아내와 두 딸이 터키에 입국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리운 가족을 픽업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밤길이었는데, 글쎄 딱 군사 쿠데타가 터져 버렸습니다. 공항으로 가던 도로 위에서 교통정체로 차가 섰고, 머리 위로 전투기 지나가는 굉음과 총소리, 거리로 뛰쳐나온 흥분한 군중들이 주변을 에워쌌습니다. 저는 터키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 신분이라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2016년 7월 터키 쿠데타는 이도관 과장 가족에게 닥친 큰 위기였다. 도로를 점령한 시민들(좌측)과 같은 시각 이스탄불 공항에 갇힌 채 쪽잠을 자고 있는 두 딸(우측)
간신히 이스탄불 공항에 착륙한 가족들은 공항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그대로 밤을 지새야 했고, 저는 또 저대로 공항에 접근하기 위해 애를 먹었습니다. 도로 위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샌 후, 날이 밝아서야 겨우 이스탄불 공항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밤새 무장군인들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한 가족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나 미안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아내와 딸들을 데리고 나온 저는 쿠데타의 여파가 남아 있는 도로를 정신없이 달려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중간중간 길이 끊겨 역주행도 불사했죠. 이 때의 악몽 같은 기억으로 아이들이 터키 생활을 힘들어 하진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아이들은 의연하게 터키에서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습니다.
‘가족은 하나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뼈저리게 깨달은 이 경험을 통해 저는 다시 한 번 가족이 최고의 원동력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일하는 아빠 때문에 아내도, 두 아이들도 고생이 많지만 내색하지 않고 항상 비타민처럼 환한 웃음을 보여주는 세 여인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일이 주는 성취감과 보람은 직장인을 춤추게 하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해외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은 조금 더 특별한 느낌입니다. 수많은 어려움과 문화적 차이를 딛고 하나씩 쌓아 올린 성과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터키 예니카프 전동차 초도 출고를 기념하는 현대유로템 임직원
저에게 있어 미국 SCRRA 2층 객차의 최종 출고, 이집트 1호선과 터키 예니카프 전동차 초도 편성 출고 순간은 잊을 수 없는 기쁨의 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터키 예니카프 전동차는 터키 내에서 최초로 알루미늄으로 만든 차량으로 작년 5월 27일에 초도 편성이 출고되어 현재 영업 운행 중에 있는데요. 현대유로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프로젝트인 예니카프 전동차 사업에 저 또한 일익을 담당했다는 보람을 느낍니다.
해외에서 생활하다 보면 누구나 애국자가 됩니다. 나 하나의 행동이 현지인들에게는 우리나라의 첫 인상으로 자리잡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죠. 이와 더불어 해외에서 현대로템의 이름으로 일하다 보면 남다른 애사심과 책임감 또한 생겨납니다. 현지인들은 저를 ‘이도관’이라는 개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 미스터 리’, ‘현대로템 직원’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제가 거듭 실수하면 ‘한국인들은 원래 저런가?’ 할 테고, 제가 일할 때 불합리한 행동을 하면 ‘현대로템은 이런 식으로 일하나?’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 일에 대해 보다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가지고자 하며, 일을 통해 저와 만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그리고 현대로템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사실, 늘 항상 그렇게 잘 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 여러 사우들과 제 자신에게 한 번 더 약속을 하는 것이랍니다. 최선을 다해 일하는 현대로템인으로서, 성실과 신뢰로 세계 속 현대로템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제 자신이 되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 현장에서 구슬땀 흘리고 있는 사우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자랑스러운 현대로템인, 모두 파이팅입니다!
글_ 이도관 과장(현대로템 해외생산관리팀) 현대로템 터키법인 ‘현대유로템’에서 근무하고 있는 11년 차 현대로템인. 미국, 이집트, 터키를 누비며 세계 속 현대로템의 눈부신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해외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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