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템인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일상 속의 감동을 기록하는 현대로템 임직원 칼럼! 아직은 쌀쌀한 날씨가 어깨를 움츠러들게 하지만 곧 다가올 새로운 출발의 시간 3월을 준비하는 지금, 현대로템 구매사업부 방산구매팀 강승구 차장이 되새겨 보는 ‘내가 처음 학부모가 된 날’, 그날 그 때의 설렘을 현대로템 블로그에서 전해 드립니다.
‘회피하는 한 두려움은 영원하다. 기다리는 한 기회는 달아난다. 한 번 부딪쳐보라’ 두 아이를 키우면서 법구경에 나온 위의 격언을 종종 생각하곤 한다. 친구 소개로 만나 첫 눈에 반한 지금의 아내와 2004년 가을 결혼하고, 2006년 큰 딸과 2010년 둘째 아들을 얻은 후 지금까지 햇수로 14년 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살아온 세월.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시행착오도 많았고 부딪쳐 깨어지며 배워 나가기도 했다.
▲현대로템 강승구 차장의 두 자녀, 첫째 딸 지민 양(좌측)과 둘째 아들 신현 군(우측)
부모라는 자리가 시험 봐서 자격증을 따야 얻을 수 있는 자리였다면 아마 나는 엄두도 내지 못 했으리라. 아내가 첫 아이를 낳던 날, 하루 종일 산통이 이어졌고 나는 아내 곁을 지키는 짬짬이 나가서 밥을 먹고 왔다. 하루 종일 굶으며 산고를 겪은 아내는 그런 내 모습에 서운했던지 딸아이에게 “너 낳는 날 엄마는 하루 종일 굶고 있는데 아버지는 돈가스에 설렁탕 먹고 왔더라.”고 일러 주었다. 난 그렇게 철 없는 아버지였다. 지금 같으면 ‘밥 몇 끼 못 먹는다고 죽지 않으니 아내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순간, 그 곁을 지켜 주는 것이 당연하지’라고 생각할 것을. 회피하지 않고 두려움을 이겨내며 부딪쳐 본 것 까지는 좋았는데 아내 입장에서 역지사지 하는 것 까지는 배우지 못한 미숙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셈이다.
한 눈에 반해 뜨겁게 연애하고 평생을 약속한 내 여인에게도 이랬으니, 두 아이의 아버지 되는 길 또한 평탄했을 리 없다. 운전 하나 하는 데도 면허에 연수에 얼마나 준비할 것이 많은가. 그런데 예습도 시험도 자격증도 없이 갑작스레 아버지가 되었으니 말이다. 실수 연발에 막무가내로 부딪쳐 보고, 깨지고, 후회하며 배우며 지금까지 두 아이를 키워 왔다. 물론 지금 이 순간도 나는 계속해서 배워 가는 존재다. 배우 윤여정 씨가 ‘꽃보다 누나’ 프로그램에서 “나도 67살이 처음이야. 그래서 잘 몰라. 인생은 다 처음 살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아쉬울 수 밖에 없어.”라고 말했던 것처럼. 그 말이 어떤 뜻인지를 이제야 절절히 깨닫는다.
나는 ‘경험’이라는 미명과 ‘부모’라는 허울로 아이들에게 권위를 내세우는 정형적인 아버지가 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가 되지 말아야지’, ‘나는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내 주장만 하고 아이들에게 강요나 하는 그저 그런 아버지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항상 고민하고 돌아보게 된다.
사소한 잘못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매몰차게 아이들을 몰아세우고 야단을 치는 내 모습. 훈육이 아닌 내 안에서 빚어진 ‘화’를 내뿜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땐 몹시도 부끄럽다.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그 길은 멀기만 하다. 결국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부모 또한 아이를 통해 양육되고 성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도전할 수밖에 없기에 뛰어 들어야 하는 부모됨의 과정은 곧 ‘성장’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소문난 ‘맥주병’이자 물 공포증이 심했던 나는 아이들이 태어나고 새벽 수영 강습에 도전했다. 평생 섭취한 수분 양보다 수영 배운 첫 3개월 간 들이마신 물의 양이 더욱 많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고 싶다는 바람과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선 아버지가 수영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매일 새벽 나를 수영장으로 이끌었다. 결국 나는 두 아이의 수영을 직접 가르칠 수 있는 실력을 갖게 됐다. 내가 물을 무서워했던 경험이 있기에 아이들은 물과 천천히 친해질 수 있도록 기다렸다. 지금은 주말마다 아이들이 먼저 ‘수영장 가요!’라고 외치며 가방을 꾸려 나서곤 한다.
물이라면 진저리를 치던 내가 수영 실력을 갖추게 된 것, 물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을 기다려 줄 수 있게 된 것. 예전의 나라면 생각할 수 없었던 이런 변화는 아이들이 내게 선물해 준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초보 부모의 서툰 몸짓이 조금씩 모양을 갖춰 가는 동안 아이들도 어느새 자기들의 세계를 굳건히 세워 가고 있다.
작년 설 즈음, 고향 방문길에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그때는 한없이 크고 넓기만 하던 학교와 운동장이 어찌나 작아 보이던지 마치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에 간 것 같았다. 큰 딸이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이 생각났다. 1학년들 틈에 섞인 아이를 보면서 ‘언제 이렇게 컸을까’ 생각만 했지, 그 아이가 바라본 학교가 얼마나 거대하게 느껴졌을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 눈에는 초등학교도, 친구들도 모두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을 텐데…
입학 며칠 전 회사에서 보내 준 입학선물세트를 받고 좋아하던 아이. 그때는 우리 부부도 학부모가 된다는 설렘에 그저 들뜨기만 했을 뿐, 내 아이의 첫 번째 사회생활을 가득 채울 다사다난한 희로애락은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첫 아이의 입학식 전날 밤으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아이의 입장에 서서 ‘한 번 부딪쳐 보렴. 겁낼 필요 없어.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길거야’라고 말해줄 텐데. 학교에 처음 가는 아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부부 또한 두근거리고 어수선하기만 했으니 이 또한 미숙했던 초보 부모의 부질없는 후회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두 아이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성장의 발걸음을 옮겨 놓고 있다. 어느 날 퇴근해 집에 가 보니 아이가 안 쓰는 CD를 찾고 있었다. 다음 날 학교에서 만들기 재료로 필요하다기에 챙겨 주었더니 몇 장 더 달라고 했다. ‘이렇게 많이 필요해?’라고 물어보자 아이가 대답했다.
“CD가 집에 없어서 못 가져오는 친구들도 있을 수 있잖아요. 내가 여러 개 가져가면 그 친구들 줄 수 있으니까요.”
아버지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배려와 작은 인류애를 실천하는 법을 익힌 아이.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고운 마음 씀씀이 앞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부모로서 배우며 깨닫는 순간을 맞이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에 대한 배려와 애정을 갖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삶. 아이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항상 소망하는 그런 삶의 태도를 아이가 먼저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신만의 세계를 따스한 온기로 채워 가는 법을 알고 있었고, 친구에게 내미는 작은 손길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이 아버지는 인류애를 배워 가는 우리 아이의 작은 날갯짓에 그저 박수와 응원을 보낼 수 밖에.
아이가 처음 학교에 간 날, 앞으로 아이의 삶을 채워 나갈 ‘사회생활’의 막이 올랐다. 그때는 몰랐지만 나와 아내 또한 학부모가 되면서 다시 한 번 ‘인생 학교’에 입학한 셈이 아닌가 싶다. 아이가 배워 가는 삶의 지혜와 배려를 나 또한 새롭게 배우고, 아이가 경험하는 도전과 실패, 성공의 보람을 나 또한 똑같이 느낀다. 설렘이나 기대 뿐만 아니라 도전과 노력 또한 필요한 성장의 길 위에서 아이도 나도 똑같이 자란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부모가 된 것 또한 처음이라, 배울 게 너무 많고 겪어야 할 일도 너무 많다. 그렇지만 아이들과 우리 부부는 서로 손을 꼭 잡고 성장의 길을 함께 걸어갈 것이다.
“아이야, 아버지도 너처럼 모든 것이 처음이란다. 그래서 잘 못할 수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어. 아버지가 버벅버벅 헤매고 있으면 네가 아버지에게 먼저 가르쳐 주렴. 잘 부탁한다.”
글_ 강승구 차장(현대로템 구매사업부 방산구매팀) 아침에 번쩍 눈 떠서 출근하여 지금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우리가 인류애를 직접 실천하고 있다고 믿는 17년차 현대로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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