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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칼럼] 아버지도 모든 것이 처음이란다

Future & Life

by 현대로템 2018. 2. 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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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템인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일상 속의 감동을 기록하는 현대로템 임직원 칼럼! 아직은 쌀쌀한 날씨가 어깨를 움츠러들게 하지만 곧 다가올 새로운 출발의 시간 3월을 준비하는 지금, 현대로템 구매사업부 방산구매팀 강승구 차장이 되새겨 보는 ‘내가 처음 학부모가 된 날’, 그날 그 때의 설렘을 현대로템 블로그에서 전해 드립니다.


시험 봐서 되는 자리였다면 엄두도 못 냈을 일

‘회피하는 한 두려움은 영원하다. 기다리는 한 기회는 달아난다. 한 번 부딪쳐보라’ 두 아이를 키우면서 법구경에 나온 위의 격언을 종종 생각하곤 한다. 친구 소개로 만나 첫 눈에 반한 지금의 아내와 2004년 가을 결혼하고, 2006년 큰 딸과 2010년 둘째 아들을 얻은 후 지금까지 햇수로 14년 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살아온 세월.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시행착오도 많았고 부딪쳐 깨어지며 배워 나가기도 했다.


▲현대로템 강승구 차장의 두 자녀, 첫째 딸 지민 양(좌측)과 둘째 아들 신현 군(우측)

부모라는 자리가 시험 봐서 자격증을 따야 얻을 수 있는 자리였다면 아마 나는 엄두도 내지 못 했으리라. 아내가 첫 아이를 낳던 날, 하루 종일 산통이 이어졌고 나는 아내 곁을 지키는 짬짬이 나가서 밥을 먹고 왔다. 하루 종일 굶으며 산고를 겪은 아내는 그런 내 모습에 서운했던지 딸아이에게 “너 낳는 날 엄마는 하루 종일 굶고 있는데 아버지는 돈가스에 설렁탕 먹고 왔더라.”고 일러 주었다. 난 그렇게 철 없는 아버지였다. 지금 같으면 ‘밥 몇 끼 못 먹는다고 죽지 않으니 아내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순간, 그 곁을 지켜 주는 것이 당연하지’라고 생각할 것을. 회피하지 않고 두려움을 이겨내며 부딪쳐 본 것 까지는 좋았는데 아내 입장에서 역지사지 하는 것 까지는 배우지 못한 미숙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셈이다.

한 눈에 반해 뜨겁게 연애하고 평생을 약속한 내 여인에게도 이랬으니, 두 아이의 아버지 되는 길 또한 평탄했을 리 없다. 운전 하나 하는 데도 면허에 연수에 얼마나 준비할 것이 많은가. 그런데 예습도 시험도 자격증도 없이 갑작스레 아버지가 되었으니 말이다. 실수 연발에 막무가내로 부딪쳐 보고, 깨지고, 후회하며 배우며 지금까지 두 아이를 키워 왔다. 물론 지금 이 순간도 나는 계속해서 배워 가는 존재다. 배우 윤여정 씨가 ‘꽃보다 누나’ 프로그램에서 “나도 67살이 처음이야. 그래서 잘 몰라. 인생은 다 처음 살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아쉬울 수 밖에 없어.”라고 말했던 것처럼. 그 말이 어떤 뜻인지를 이제야 절절히 깨닫는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듯 아이도 부모를 키운다

나는 ‘경험’이라는 미명과 ‘부모’라는 허울로 아이들에게 권위를 내세우는 정형적인 아버지가 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가 되지 말아야지’, ‘나는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내 주장만 하고 아이들에게 강요나 하는 그저 그런 아버지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항상 고민하고 돌아보게 된다.


사소한 잘못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매몰차게 아이들을 몰아세우고 야단을 치는 내 모습. 훈육이 아닌 내 안에서 빚어진 ‘화’를 내뿜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땐 몹시도 부끄럽다.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그 길은 멀기만 하다. 결국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부모 또한 아이를 통해 양육되고 성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도전할 수밖에 없기에 뛰어 들어야 하는 부모됨의 과정은 곧 ‘성장’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소문난 ‘맥주병’이자 물 공포증이 심했던 나는 아이들이 태어나고 새벽 수영 강습에 도전했다. 평생 섭취한 수분 양보다 수영 배운 첫 3개월 간 들이마신 물의 양이 더욱 많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고 싶다는 바람과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선 아버지가 수영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매일 새벽 나를 수영장으로 이끌었다. 결국 나는 두 아이의 수영을 직접 가르칠 수 있는 실력을 갖게 됐다. 내가 물을 무서워했던 경험이 있기에 아이들은 물과 천천히 친해질 수 있도록 기다렸다. 지금은 주말마다 아이들이 먼저 ‘수영장 가요!’라고 외치며 가방을 꾸려 나서곤 한다.

물이라면 진저리를 치던 내가 수영 실력을 갖추게 된 것, 물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을 기다려 줄 수 있게 된 것. 예전의 나라면 생각할 수 없었던 이런 변화는 아이들이 내게 선물해 준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초보 부모의 서툰 몸짓이 조금씩 모양을 갖춰 가는 동안 아이들도 어느새 자기들의 세계를 굳건히 세워 가고 있다.


‘인류애’를 배우고 있는 아이의 날갯짓을 응원하며

작년 설 즈음, 고향 방문길에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그때는 한없이 크고 넓기만 하던 학교와 운동장이 어찌나 작아 보이던지 마치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에 간 것 같았다. 큰 딸이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이 생각났다. 1학년들 틈에 섞인 아이를 보면서 ‘언제 이렇게 컸을까’ 생각만 했지, 그 아이가 바라본 학교가 얼마나 거대하게 느껴졌을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 눈에는 초등학교도, 친구들도 모두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을 텐데…

입학 며칠 전 회사에서 보내 준 입학선물세트를 받고 좋아하던 아이. 그때는 우리 부부도 학부모가 된다는 설렘에 그저 들뜨기만 했을 뿐, 내 아이의 첫 번째 사회생활을 가득 채울 다사다난한 희로애락은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첫 아이의 입학식 전날 밤으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아이의 입장에 서서 ‘한 번 부딪쳐 보렴. 겁낼 필요 없어.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길거야’라고 말해줄 텐데. 학교에 처음 가는 아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부부 또한 두근거리고 어수선하기만 했으니 이 또한 미숙했던 초보 부모의 부질없는 후회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두 아이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성장의 발걸음을 옮겨 놓고 있다. 어느 날 퇴근해 집에 가 보니 아이가 안 쓰는 CD를 찾고 있었다. 다음 날 학교에서 만들기 재료로 필요하다기에 챙겨 주었더니 몇 장 더 달라고 했다. ‘이렇게 많이 필요해?’라고 물어보자 아이가 대답했다.

“CD가 집에 없어서 못 가져오는 친구들도 있을 수 있잖아요. 내가 여러 개 가져가면 그 친구들 줄 수 있으니까요.”

아버지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배려와 작은 인류애를 실천하는 법을 익힌 아이.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고운 마음 씀씀이 앞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부모로서 배우며 깨닫는 순간을 맞이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에 대한 배려와 애정을 갖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삶. 아이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항상 소망하는 그런 삶의 태도를 아이가 먼저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신만의 세계를 따스한 온기로 채워 가는 법을 알고 있었고, 친구에게 내미는 작은 손길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이 아버지는 인류애를 배워 가는 우리 아이의 작은 날갯짓에 그저 박수와 응원을 보낼 수 밖에.

아이가 처음 학교에 간 날, 앞으로 아이의 삶을 채워 나갈 ‘사회생활’의 막이 올랐다. 그때는 몰랐지만 나와 아내 또한 학부모가 되면서 다시 한 번 ‘인생 학교’에 입학한 셈이 아닌가 싶다. 아이가 배워 가는 삶의 지혜와 배려를 나 또한 새롭게 배우고, 아이가 경험하는 도전과 실패, 성공의 보람을 나 또한 똑같이 느낀다. 설렘이나 기대 뿐만 아니라 도전과 노력 또한 필요한 성장의 길 위에서 아이도 나도 똑같이 자란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부모가 된 것 또한 처음이라, 배울 게 너무 많고 겪어야 할 일도 너무 많다. 그렇지만 아이들과 우리 부부는 서로 손을 꼭 잡고 성장의 길을 함께 걸어갈 것이다.

“아이야, 아버지도 너처럼 모든 것이 처음이란다. 그래서 잘 못할 수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어. 아버지가 버벅버벅 헤매고 있으면 네가 아버지에게 먼저 가르쳐 주렴. 잘 부탁한다.”


글_ 강승구 차장(현대로템 구매사업부 방산구매팀) 아침에 번쩍 눈 떠서 출근하여 지금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우리가 인류애를 직접 실천하고 있다고 믿는 17년차 현대로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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