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은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지정된 과학의 날입니다. 과학의 날은 1933년 독립운동가 김용관 선생이 찰스 로버트 다윈의 50주기를 기념해 4월 19일을 ‘과학 데이’로 정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과학 데이’에는 대중의 교양 과학 수준을 높이기 위한 행사가 열렸고 ‘과학 조선’ 등 잡지가 창간되기도 했는데요. 이후 1967년 과학기술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발족을 기념해 4월 21일이 ‘과학의 날’로 정해졌습니다. 매년 4월에는 과학의 날을 전후해 과학기술 진흥에 힘쓴 유공자를 표창하거나 과학경진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죠.
최근에는 4월 21일 대신 우리나라 과학사에서 더 의미 있는 날짜로 변경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지만, ‘과학 데이’가 시작된 1933년부터 과학의 중요성을 되새긴 기념일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번에는 ‘과학의 날’의 시초가 된 ‘과학 데이’ 포스터를 볼까요? 4월 19일이라고 적힌 왼쪽 포스터에 과학 기술의 상징으로 철도차량이 등장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른쪽 포스터에 그려진 천체투영기(플라네타리움)는 당시 한국에 도입되기도 전이었다고 하니, 동일 선상에 놓인 철도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동경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실제 철도차량은 수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과학 기술의 집합체로, 우리나라가 순수 국내 기술로 열차를 만들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이전에는 해외에서 철도차량을 수입하거나 핵심 기술을 도입해야 했죠. 지금까지 현대로템 블로그에서는 다양한 철도 기술 기획 콘텐츠와 알쓸신철 등을 통해 철도에 적용된 기술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오늘은 과학의 날을 기념해 철도와 과학의 관계를 다뤄보려 합니다.
철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세기 산업혁명을 견인한 증기기관차가 있습니다. 증기기관차는 물을 끓여 발생하는 수증기의 열에너지를 기계적인 운동에너지로 변환해 바퀴를 움직이는 형태죠. 끓는 물로 기계를 움직이는 원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오랜 시간 사용됐지만, 증기기관은 태울 수 있는 연료가 있다면 어디에서나 터빈을 작동시킬 수 있는 기술로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증기기관을 달리는 열차에 적용한 증기기관차는 물자의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하며 경제를 발전시켰고, 정해진 시간에 도착한다는 점에서 인류의 시간관념까지 변화시켰습니다.
증기기관차는 산업 발전을 촉발시키고 근대 사회 발전에 큰 역할을 했지만, 연료 효율이 낮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단점 때문에 다른 동력원으로 대부분 교체되었습니다. 디젤기관차 등을 거쳐 현재는 전기 철도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철로에 연결하면서 더욱 규칙적이면서 빠르고 오염물질 배출도 적은 철도 시스템이 완성되었습니다.
한편, 열차의 동력이 되는 전기에서 자기력을 발생시켜 ‘띄우는’ 철도 기술도 있습니다. 바로 레일 위에 부상해 바퀴를 사용하지 않고 비접촉으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인데요. 현대로템이 개발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는 자석이 도체 주변을 움직일 때 자기장이 발생해 밀어내거나 당기는 힘이 생긴다는 ‘렌츠의 법칙’을 활용합니다. 자기부상열차는 바퀴와 선로 간의 마찰이 없다는 점에서 소음과 유지보수비가 적다는 장점을 지니죠. 하이퍼루프와 같은 진공 초고속철도 역시 자기부상열차 기술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원리에서 개발 동향까지! 현대로템의 자기부상열차 기술력
지난 2012년, 현대로템은 최고속도 시속 421.4km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HEMU-430X를 개발하며 400km대 고속열차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최근에는 HEMU-430X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KTX-이음이 영업운전을 시작하기도 했죠. ‘가장 빠른 열차’는 철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모두가 꿈꿔 온 기술일 텐데요. 속도를 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과학 원리 중 하나가 바로 ‘공기 저항(항력)’입니다.
공기 속을 움직이는 물체는 공기와 마찰하면서 눌리는 저항을 받게 됩니다. 물체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공기 저항은 속도에 비례해 증가하는데, 일반적으로 항력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결국, 열차가 속도를 내면 낼수록 여기에 저항하는 힘은 더욱 강해져 처음 목표했던 최고속도를 내기가 어려워지죠. 이에 현대로템과 같은 철도차량 제작사들은 높은 속도를 내면서도 항력을 최소화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KTX-이음처럼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으로 제작되는 철도차량이 대표적인 결과물입니다. 운동 방향으로 맞닿은 면적이 좁을수록 저항이 줄어들기 때문에 KTX-이음과 같은 고속열차에 유선형 설계는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잇는 스마트한 고속열차, KTX-이음을 소개합니다!
한편, 앞서 언급한 진공 초고속철도 역시 공기 저항을 없애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한 기술입니다. 공기가 없는 진공관이라면 열차 역시 저항을 받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달릴 수 있을 테니까요. 아직 상용화까지는 거리가 멀지만, 과학의 발전과 함께 초고속열차를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철도 기술의 발전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현대로템 역시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더 빠르고 안전하면서 친환경적인 미래 철도를 개발하기 위해 R&D 투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증기기관차에서 시작된 철로 위에 100년 뒤에는 무엇이 달리고 있을까요? 과학 기술과 함께 발전하는 현대로템과 철도 산업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참고자료
국가기록원
서울SF아카이브
철도산업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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