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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데있는 열차 선로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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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로템 2020. 9. 1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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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요즘,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놓인 철길의 풍경은 보기만 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요. 기찻길은 단순히 열차가 달리는 길의 역할을 넘어,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특유의 분위기로 ‘낭만의 전형’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냥 낭만적이기만 할 것만 같던 기찻길 속에 유구한 역사적 사실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오늘 현대로템 블로그에서 준비한 알쓸신철은 열차 선로에 숨겨진 상식들을 가득 싣고 출발합니다!


선로? 철로? 헷갈리는 철도 용어

흔히 기차가 다니는 길을 지칭할 때 철도, 철로, 선로, 레일 등의 단어를 사용하곤 하는데요. 모두 같은 말처럼 보이는 이 용어들은 엄밀히 따지면 상황에 따라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먼저, 철도(鐵道)의 어원은 한자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철의 길’이라는 데서 유래되었는데요. 주로 한국과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철도’라는 단어는 ‘철로 만든 길’ 이상의 뜻을 품게 되었습니다.

철도의 사전적 정의는 ‘일련의 토지 위에 가늘고 긴 강철재를 설치하고 그 위에 차량을 운전하여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설비 및 수송체제’ 입니다. 현재는 철도차량을 운전하여 여객과 화물을 수송하는 업무 전반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어 쓰이기도 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철도 기업 ‘한국철도공사’의 명칭에 활용된 ‘철도’가 이러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철로(鐵路)도 철도와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한자의 의미 역시 ‘철의 길’로 같은 철도와 같은 의미이지만 철로는 철도보다 ‘길’이라는 단어에 좀 더 큰 의미를 두는데요. 사전에서는 철로를 ‘침목 위에 철제의 궤도를 설치하고, 그 위로 차량을 운전하여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시설’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 철로는 중국에서 철도 노선을 일컬을 때도 자주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중국 헤이룽장성 허강시에 있는 국유철도인 허강철로, 베이징과 천진을 연결하는 징후철로 등이 대표적이죠.

선로(線路)는 철도나 철로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설비의 개념을 의미합니다. ‘열차 및 차량이 운행하는 통로의 총칭’으로 정의되는데요. 넓은 뜻으로는 열차를 운전하기 위한 통로로써 필요한 일체의 설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노반·궤도·교량·터널은 물론 역의 시설과 신호설비 및 전기 운전을 하는 경우의 전차 선로까지 ‘선로’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선로의 다양한 뜻 중에서도 ‘철도’의 의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선로’라고만 말해도 ‘철도 선로’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철도 선로의 구성 요소 (출처: Britannica Visual Dictionary)

‘레일(rail)’이라는 표현은 선로를 구성하고 있는 일부분을 뜻합니다. 철도 선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상 위에 목재나 콘크리트로 만든 침목을 설치하는데요. 이 침목 위에 긴 철제 막대 형태인 ‘레일’을 설치하게 됩니다. 이렇게 선로를 구성하면 열차의 하중을 분산시키고, 레일이 평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죠. 레일은 열차가 운행할 때 바퀴가 직접 닿는 곳으로 선로보다는 좁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로의 개념은 언제 생겨났을까?

그렇다면 철도와 같은 운송 수단이 이동하는 선로는 언제부터 생겨난 것일까요? 선로의 기원은 무려 기원전 6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운송 수단을 위한 전용 길을 만들어 마찰력을 줄이고 적은 힘으로 속도를 높이고자 노력은 이미 기원전부터 있었던 것이죠.


가장 오래된 레일의 기록은 그리스 해협의 마차가 다니던 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해상운동이 많았던 코린트 해협은 짐을 반대편 해협으로 넘겨주는 일이 잦았는데요. 이때 수레를 빠르고 가볍게 끌기 위해 길에 수레 전용 홈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이 수레 전용 선로가 무려 1000년 뒤인 동로마제국 때까지 유용하게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기 중국의 전국시대에도 수레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길마다 수레 전용 홈을 파기 시작했는데요. 중국은 수레의 축을 선로의 홈 길이에 맞춰서 규격화하는 노력도 했다고 하네요. 여기서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역사적 사실! 당시에는 적의 침략과 전쟁을 대비해 다른 나라의 수레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나라별로 선로의 간격을 다르게 팠다고 합니다.


최초의 철도 선로를 찾아서

이쯤에서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땅에 홈을 파는 형태의 선로가 아닌 지금의 철도 선로처럼 길 위에 설치하는 막대 형태의 선로는 언제 처음으로 등장했을까요? 오늘날에 사용하는 열차 선로의 원리는 1556년 독일의 의사 겸 광물학자였던 게오르기우스 아그리콜라에 의해 설계되었습니다. 나무로 만든 2개의 길 위에 그 간격에 맞는 수레를 얹어 광물을 효과적으로 나르는 방법을 고안한 것인데요. 현대에는 선로를 만드는 소재가 달라졌지만 철도를 만드는 기본 원리는 동일합니다.

철도 선로 설치가 본격화된 것은 1814년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차를 발명해 동력이 기계화되었던 시점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철도의 발명은 교통수단의 일대 혁신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죠. 1825년 영국의 철도 건설을 시작으로 많은 나라가 뒤이어 철도를 건설하기 시작했답니다.

우리나라에 철도 선로가 생겨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1896년(고종33)에 이르러서인데요. 이마저도 자금 부족으로 중단되었다가 1899년에 와서야 개통을 하게 되었죠. 이 국내 최초의 철도 이름은 서울과 인천을 잇는다고 해서 ‘경인선’이라 명명되었습니다. 당시 일본에 의해 부설되었던 경인선은 이후 개량을 거쳐 대한민국 정부가 최초로 복선화시킨 노선으로 다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까지 서울과 인천의 주요 지역을 잇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철도로 사용되고 있죠.


▲1899년 개통된 우리나라 최초의 전차 ‘대한제국기전차’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 철도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상용화된 선로가 아니라는 것인데요. 사실 경인선 철도가 개통되기 불과 4개월 전 서대문과 청량리를 연결하는 노면전차, 즉 트램이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트램을 운행하기 위해 설치한 도로 위의 전차 선로가 경인선 철도 선로보다 앞서 국민들을 만나게 된 것이죠. 지금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도로 위에 놓인 노면전차의 선로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선로마다 레일의 간격이 다르다?

중국에서 선로의 도입 초기, 전쟁 및 침략을 막기 위해 나라마다 선로의 간격을 다르게 만들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현대에도 세계 각 나라의 철도환경에 따라 선로 간격이 달라집니다. 열차의 바퀴가 달리는 레일과 레일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거리를 ‘궤간’이라고 부르는데, 이 궤간은 열차의 크기와 지형적 특성 등에 따라 국가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철도차량 주행장치(대차)의 주요부품인 차륜과 차축은 선로의 궤도 위에 놓이며 좌우 궤도 간의 거리를 궤간이라 부른다

선로를 한번 만들게 되면 궤간을 수정하기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궤도의 간격은 철도 차량을 제작하는 데도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초기에 궤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선로 제작에 있어 중요한 바탕이 됩니다.

궤간은 그 간격에 따라 광궤, 표준궤, 협궤로 나뉘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준궤간(1,435mm)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몽골, 핀란드 등은 표준궤보다 넓은 광궤를 사용하며,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등은 표준궤보다 좁은 협궤를 사용하고 있죠.

만약, 궤간이 서로 다른 두 나라를 한 열차를 이용해 넘나들어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궤간이 바뀌는 것에 대비해 다양한 철도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는데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알쓸신철: 열차 궤간 상식 편>을 참고해주세요!

▶ 알아두면 쓸데있는 열차 궤간 상식(바로가기)


열차는 어떻게 굽어진 선로를 달릴까?

선로가 모두 직선으로만 놓인다면 열차를 운행하기 한결 편리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복잡한 도심이나 굽어진 산길을 달려야 하는 경우 급한 커브를 따라 선로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죠. 선로의 급곡선은 차량에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승차감 악화, 탈선의 위험까지 있기 때문에 열차의 끊임없이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어 왔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급곡선을 원활히 주행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되었죠. 대표적으로 독립구동 방식의 휠을 적용해 휠이 레일에 끼지 않고 좌우 휠의 회전 속도 차를 허용하여 곡선 주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이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직선 주행 시 휠과 선로 사이 접촉을 지속해서 발생시키며 소음과 마모를 높인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대로템에서는 오랜 연구 끝에 세계 최초의 ‘급곡선 주행 열차시스템’ 기술을 개발했는데요. 이 시스템은 열차가 급곡선 선로를 주행할 때 발생하는 압력과 소음, 마모를 줄여주어 차량의 정숙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높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급곡선 주행 열차시스템을 적용하면 기존 주행 장치보다 곡선 반경을 15m 정도 줄여 선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보행자가 다니는 길이나 건물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안전한 선로를 만들 수 있어 매우 혁신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죠. 특히 접근성이나 수익성, 편의성이 높은 인구 밀집 지역에도 선로를 구축할 수 있어 트램을 도입할 때 승객과 운영사의 편의를 함께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 알아두면 쓸데있는 열차 곡선주행 상식 (바로가기)

▲현대로템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급곡선 주행 열차시스템을 적용하면 좁은 지형의 도심에서도 선로를 쉽게 부설할 수 있다

오늘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기한 철도 상식에서는 열차의 선로와 관련된 상식들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아마 평소 열차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면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정보들이 많으셨을 텐데요. 현대로템 블로그의 알쓸신철 코너에서는 열차와 관련된 신기하고 재미있는 상식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참고자료

▲철도관련큰사전
▲브리태니커 비주얼사전
▲천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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