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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이 1명도 ‘없는’ 열차가 있다? 특수 열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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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로템 2020. 5. 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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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파베르’.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인간은 자신들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영위하고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도록 진화되었는데요. 철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나 화물을 실어 나르는 것 외에도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철도! 오늘 현대로템 공식 블로그에서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 열차’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전염병 상황에서도 활약하는 국군병원열차대

국군의무사령부 국군병원 열차대에서 운행하는 ‘병원 열차’는 전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만 운용하고 있는 유일무이의 움직이는 철도 병원입니다. 병원 열차는 전시(戰時)에 전방에서 부상을 당한 병사들을 후방으로 신속하게 이송하는 동시에, 이송 중에도 응급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설비한 전용 열차입니다. 병원 열차는 지난 2016년 ‘메르스 사태' 때도 큰일을 해냈는데요. 당시 정부에서 국군대전병원을 메르스 전담 병원으로 지정하자마자, 병원의 입원 환자들을 국군대구병원과 국군부산병원으로 빠르게 후송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환자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데도 기여한 것이죠.


▲경부선을 달리는 병원 열차. 일반 새마을호 같지만 열차에 병원 마크가 새겨져 있다 (출처: 국방홍보원 공식 블로그)

1950년 12월 처음 운행을 시작한 열차는 1969년 한번 열차가 교체되어 계속 운행되다가, 다시 지난 1999년 무궁화호 일반 열차를 개조한 차량으로 지금까지 운행되고 있습니다. 겉모습은 무궁화호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완전히 개조해 새마을호 급의 편의성과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병원 열차에는 서른 대의 심장 충격기와 공기 부목, 심전도계 등 첨단 의료장비가 비치되어 있어 천식이나 심정지 환자의 응급처치는 물론 간단한 외과 봉합수술을 할 수도 있는데요. 이 외에도 장병들이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장병들이 다리를 뻗고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좌석과 침대칸도 넉넉히 준비되어 있어 장거리도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죠. 또, 자리에 있는 벨을 누르면 의무병들이 언제든 달려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해요. 영화 상영 등 엔터테인먼트 설비를 통해 긴 시간 후송으로 발생하는 장병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은 덤!


▲병원 열차는 장병들이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후송될 수 있는 모든 설비를 갖췄다 (출처: 국방홍보원 공식 블로그)

병원 열차는 수색역에서 출발해 전방을 순회한 후, 최후방인 국군부산병원 부근 해운대역까지 총 3일간의 여정을 거치는데요. 월 2회 운행되었다가 지난 2015년 5월부터는 월 1회로 감축 운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부선과 호남선에서는 병원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고 하니, 철도에 관심이 많은 분은 한 번 눈여겨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철도 인프라를 지켜주는 철도 보선 장비

기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가끔 역사 부근에 군데군데 서 있는 노란색 열차를 볼 수 있습니다. 이것들은 철로를 건설하고 유지보수하는 ‘철도 보선 장비’인데요. 철도 산업 초기에는 수작업으로 진행되어 느리고 정밀하지 못했지만, 이러한 철도 보선 장비가 등장한 후 철도 인프라 구축 능률과 안정성은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좌)워싱턴 메트로에서 운행 중인 궤도모터카(출처: Wikipedia, Ben Schumin), (우)현대로템이 포스코에 납품한 디젤입환기관차

철로 보선 장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궤도 공사 현장에서 자재 등을 싣거나 옮기는데 사용하는 ‘궤도 모터카’와 차량기지 내의 입환(차량의 분리, 결합, 선로전환 등) 작업에 사용하는 ‘입환 기관차’입니다. 이 중 입환 기관차는 차량 이동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시야가 탁 트인 것이 특징인데요. 속도가 느린 대신 무거운 차량을 끌 수 있도록 견인력을 높였습니다. 또한 전차선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디젤 기관차를 주로 사용합니다.


▲의왕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멀티플 타이템퍼. 궤도의 높낮이를 조정해준다

두 번째는 전차선과 궤도를 유지보수하는 차량입니다. 레이저를 통해 선로의 보수 포인트를 찾아내는 ‘레일 탐상차’부터 궤도의 높낮이를 조정하는 ‘멀티플 타이템퍼’나 궤도의 수명 연장 작업을 수행하는 ‘궤도 안정기’ 등 다양한 차량이 있는데요. 심지어 궤도의 자갈을 청소하고 교체하는 ‘밸러스트 클리너’와 선로의 자갈을 고르게 정리하는 ‘밸러스트 레귤레이터’ 등 특이한 장비들도 있습니다.


▲의왕 철도박물관에 전시된 크레인을 탑재한 철도 보선 장비

다음으로는 지지물 기초를 깎고 선로와 전차선을 설치하는 ‘시공 작업차’와 ‘가선 작업차’가 있습니다. 터널 등을 뚫는 데 기초작업을 하는 굴삭차와 콘크리트 믹서차, 크레인을 설비한 건주 작업차 등 토목 장비 같은 것이 주로 시공작업차이고, 가선에 필요한 선재를 잔뜩 싣고 있는 것이 가선 작업차인데요. 가선 작업차는 전기 작업을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무선 리모트 컨트롤 설비가 되어있습니다. 이 밖에도 터널을 청소해주는 청소 차량, 물탱크와 살수 파이프가 설치된 트롤리 등 다양한 철도 보선 장비가 있습니다. 

한편, 철도 시설물의 모니터링 및 검사를 위해 다양한 검측 시스템이 적용된 검측차량이 국내외에서 운영되고 있는데요, 이는 선로를 점검할 수 있는 측정장치를 열차에 탑재하고 선로 위를 운행하면서 선로의 상태를 점검하는 차량을 말합니다. 특히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는 시설물 검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속으로 주행하며 궤도, 전기, 신호, 통신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고속종합검측차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고 하는데요. 고속종합검측차는 탈선 등 열차 사고를 막기 위해 검측장비(센서)를 설치하여 철도 시설물에 대한 과학적이고 정밀한 유지보수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 중인 고속종합검측차 개념도 (출처: 철도기술연구원 블로그)


눈(雪)을 치워주는 설국의 제설 열차

한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철도 차량도 있습니다. 바로 ‘제설 열차’인데요. 제설 열차는 말 그대로 눈을 제거해주는 철도 차량을 말합니다. 사실 눈을 제거해 준다기보단 철로 주변으로 눈을 치워준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은데요. 눈을 치우는 방식에 따라 제설 열차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웨지 플로우 방식의 제설 열차

처음으로 소개할 방식은 ‘웨지 플로우’입니다. 이 방식은 차량 앞에 큰 구조물을 달아 눈을 양옆으로 밀쳐내는 방식을 사용해요. 1900년대 이전부터 사용된 방식인데요. 큰 배 모양의 구조물이 나무에서 금속으로 바뀐 것 외에는 현재까지도 큰 변화 없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보통 기관차 앞에 웨지 플로우 구조물이 달린 차량을 붙여 운행하게 됩니다. 눈의 압력으로 인해 구조물 탈선의 위험이 있어 80km/h 이상으로 달려야 하는 것이 특징이죠. 게다가 눈이 많이 오면 압력 때문에 웨지 플로우 방식으로는 아예 제설이 불가능할 수도 있답니다.

이러한 웨지 플로우 방식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로터리’ 방식입니다. 로터리 방식은 프로펠러 등 눈 덩어리를 부술 수 있는 로터리 구조물을 장착한 열차를 앞부분에 달고 운행하는 방식인데요. 엄청나게 쌓인 눈이나 단단하게 굳은 눈 등을 잘게 부숴 흩어 버리기 때문에 웨지 플로우 방식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로터리 방식의 제설 열차

그러나 로터리 방식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눈을 갈아 흩뿌리는 방식이라, 구조물이 충분히 눈을 부수고 뿌릴 수 있도록 천천히 운행하다 보니 제설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차량의 가격과 유지보수 비용도 비교적 비쌉니다. 또한 구조물을 중심으로 길을 여는 대신 양옆에 눈이 벽처럼 쌓이는 터널이 생성되어 굳어 버리기 때문에 한 번 투입되면 겨우내 로터리 방식 제설 열차만 투입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요.

요즘에는 로터리 구조물을 양옆으로 펼치거나 웨지 플로우 방식과 혼합된 다양한 방식이 나와서 조금씩 그 단점을 커버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제설 열차를 볼 일이 별로 없었지만, 경강선 KTX가 개통되었기 때문에 강원도에서 소복이 쌓인 눈을 치우는 제설 열차를 앞으로는 종종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밖에도 다양한 특수목적 열차들이 열차의 운행 환경과 우리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열차로는 서울 지하철에서 운행하는 ‘미세먼지 제거 열차’가 있는데요. 이 열차는 터널 내부를 돌아다니며 쇳가루와 미세먼지를 흡입하며 철도 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 편리한 철도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열차! 현대로템에서도 승객들이 안심하고 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안전하고 편안한 철도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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