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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전차' 전시에서 만나는 한국 트램의 과거와 미래

Future & Life

by 현대로템 2020. 1. 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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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등 해외를 여행하면서 처음 본 트램에 낯선 느낌을 받은 적 있으신가요? 승용차, 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도심을 누비는 트램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여행자에게 모두 편리한 탈것이자 도시의 이미지를 규정하는 오브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동차로 가득한 서울 시내에도 한때는 트램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서울의 전차 : 전차, 서울을 움직이다(이하, 서울의 전차)’에서 과거 서울 한복판을 달리던 트램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입구부터 개화기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서울의 전차’ 전시

서울역사박물관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부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서울의 전차’는 지난 시절 서울을 누비던 트램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전시입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서 한 바퀴 천천히 돌아보면 70년간 서울을 누비던 전차의 역사를 자연스레 체득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 현대로템 공식 블로그에서는 ‘서울의 전차’ 전시에 담긴 트램의 과거와 현대로템이 만들어 나갈 트램의 미래를 함께 소개합니다.


고종의 근대화 의지로 도입된 전차 

1887년, 경복궁 건청궁에 전깃불이 켜지며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전기가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전기는 차츰 다양한 산업으로 퍼져나가 서울 사람들의 삶과 함께하게 되었죠. 이러한 현실에서 대중의 탈 것 역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유길준이 미국 유학 중 보고 배운 것을 쓴 ‘서유견문’은 당시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근대 정치 체제와 권력 구조 같은 거대 담론은 물론, 양육과 인간관계 등 그때까지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려준 서유견문을 읽어본 고종황제는 ‘대한제국도 근대화가 필요하다’는 의지 하에 서양의 최신 문물들을 수용하기 시작했는데요. 전차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한국 최초의 전차인 대한제국기전차

이러한 고종의 의지로 한성전기회사가 설립되고 미국의 ‘콜브란-보스트위크 상사’에게 사업을 일임해 지금으로부터 121년 전인 1899년, 대한제국 최초의 트램 ‘대한제국기전차’가 4개 노선에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경술국치 이후 전차 노선은 많이 늘어나기 시작해 일제 강점기 말에는 노선이 16개로 늘어나며 당시 서울 사람들의 생활 양식은 물론 생각의 틀까지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차가 생활과 문화를 바꾸다

▲전차가 성문을 통과한 이후 도시 권력을 상징했던 성문과 성벽이 서서히 무너졌다

먼저 전차가 성문 안을 통과하게 되면서 성문을 여닫지 못하게 되자,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도성에 대한 심리적 경계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전차 노선이 늘어나면서 일제가 숭례문 북쪽 성벽을 헐어버린 것을 시작으로, 잇따라 성문과 성벽이 철거되고 궁궐까지도 변화하게 되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도성 안’이라는 개념은 점차 서울 전역으로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일제시대의 전차 시간표와 노선도. 전차로 인해 서울 사람들은 시공간의 개념을 새로이 정립하게 되었다

전차는 인력거나 자동차처럼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없는, 일정한 시간과 노선에 따라 주기적으로 움직이는 탈것입니다. 학생과 회사원들이 등하교와 출퇴근에 이용하는 등 지금의 지하철처럼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함께해온 전차는 당시 사람들에게 시간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심어주었죠. 또한 전차의 정해진 노선을 경험하면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공간적 관계까지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전차는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근대의 진정한 대중교통이었다

초기 운영을 맡았던 콜브란-보스트위크 상사는 “여성도 남성과 함께 전차를 탈 수 있다”고 홍보하며 당시 불평등했던 남녀 관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습니다. 이 때문에 전차는 ‘평등’이라는 개념을 사람들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말이나 가마, 인력거와 달리 전차는 약간의 차비만 있으면 양반, 평민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그야말로 ‘대중교통’이었습니다.


▲전차 운영 종료의 아쉬움을 담은 잡지 기사

이렇게 당시 서울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던 전차는 해방 이후 서울시의 버스 중심 교통 정책으로 인해 그 규모가 축소되면서 1968년 운영을 중단하게 됩니다.


당시 서울의 전차와 현대의 트램, 어떻게 다를까? 

▲대한제국기전차에 쓰이던 부품들

‘서울의 전차’ 전시에서는 단순히 역사적인 내용만 열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시장에는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료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당시 전차기술에 관한 사료가 아닐까 싶은데요. 전시장 초입에는 상하차 종과 경적, 신호종, 전동기 등 당시 주력이었던 전차의 파트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하늘과 땅 차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전차의 구조는 현대의 트램과도 유사하답니다.

▶알아두면 쓸데있는 대차 상식


▲한국에서 운행된 전차의 구조 발전사

현대의 트램으로 발전하며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부분은 ‘대차’입니다. 최초의 전차인 ‘대한제국기전차’는 대차가 차체에 고정된 ‘목재 이축차’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구조가 간단하지만, 차체의 회전 반경에 문제가 있어 차체의 길이가 8.4m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22년 도입한 목제 보기차로 인해 회전 반경이 개선되었고 1929년부터 차체의 골조를 철재로 만들고 외관을 가벼운 나무로 덧씌운 반강제 보기차는 최대 136m의 길이로 최대 100명을 한꺼번에 수송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현대 트램의 대차 구조와도 비슷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차를 구동하는 방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전기’입니다. 1898년에 경희궁의 흥화문 앞에서 선로 기공식이 거행된 이래, 75kW 550V의 직류 발전기 1대를 갖춘 동대문 발전소를 세워 전차와 전깃불 등에 이용하는 전기를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종각 앞으로 지나가는 전차를 찍은 사진. 가로등의 불빛 속에 인력거와 함께 희미한 전차의 모습이 보인다

현대의 트램 역시 가설된 선로와 전력선을 따라 궤도를 달리지만, 전력선을 가설하기 힘든 구간에서는 대용량의 축전지를 탑재한 무가선 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또한 디젤 등 다양한 연료를 사용하는데요. 그런 트램 역시 연료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해 움직입니다. 


전차 사료 타고 떠나는 시간여행 

전시장에서는 당시를 회상하는 다양한 전차 관련 사료들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초기에 서울 전차를 운영했던 콜브란-보스트위크 상사의 대표이자 고종의 근대와 산업에 많은 도움을 준 보스트위크가 남긴 2,000여 장의 사진을 그의 부인인 엠마 보스트위크가 한국전력공사에 기증하면서 대한제국 당시 서울의 모습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20세기 초의 전차 티켓. 이미 전용 파우치가 있을 정도로 전차는 생활 속 깊이 들어와 있었다

위의 사진은 당시 전차 승차표입니다. 티켓에는 콜브란-보스트위크 상사를 이어받아 전차를 운영하던 한미전기회사의 이름이 인쇄되어 있죠. 뒷면에는 당시 판매되던 일본 담배 ‘히이로’의 광고가 인쇄된 것이 인상적입니다. 티켓을 담는 전용 파우치도 있을 정도이니, 당시 전차가 얼마나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전차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담은 삽화

이 아트월은 동아일보 1929년 6월 3일에 실린 ‘서울의 눈꼴시리는 것’이라는 카툰입니다. 재미있게도 익숙한 풍경이 많이 눈에 띄는데요. 당시부터 전차 내 비매너 행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전차 차장은 당시 서울의 패셔니스타였다

이 사진은 당시 잡지에 실린 경성 거리 패셔니스타들의 모습입니다. 저마다 개성 있는 패션을 뽐내는 가운데, 아랫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바로 전차 차장들의 전형적인 패션입니다. 당시에 전차 차장들은 뭇 여성들에게 꽤 인기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바람쟁이 전차 차장’이라는 노래를 담은 음반이 발매될 정도로 차장들의 위세가 대단했다고 합니다.


▲서울역사박물관 앞 인도에 전시된 381 전차. 국가등록문화재 제467호이다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밖으로 나오니 서울역사박물관 밖에 서 있는 전차가 눈에 들어옵니다. 2010년 8월 24일 국가등록문화재 제467호로 일제강점기 당시 서울을 누비던 전차의 대표 모델인 381차량입니다. 전차 운행 중단 후 대부분 폐기되었으나 이 모델은 1973년 서울 어린이대공원 개장 당시 옮겨져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7년 서울역사박물관이 인수해 보존처리를 거쳐 원형을 복원해 다시 전시하면서 지금까지 서울역사박물관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전차 앞에는 두 아기를 업은 채 도시락을 빼먹고 전차에 오른 아들을 향해 도시락을 흔드는 광경이 애절하게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왼쪽에서는 ‘서울의 전차’ 전시를 간단히 체험해 볼 수 있는 키오스크도 운영 중이랍니다. 2019년 12월 20일부터 시작한 전시는 2020년 3월 29일까지 계속되니, 서울 나들이에서 한 번쯤 꼭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철도나 전차에 관심이 없더라도 무료 전시를 통해 서울의 지난 역사를 즐겁게 체험할 좋은 기회니까요. 

서울의 전차 전시

장소: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55 서울역사박물관

기간: 2019.12.20~2020.03.29

운영 시간: 평일 09:00~20:00, 토/일/공휴일 09:00~19:00

(*11~2월은 18시까지) 

휴관일: 1월 1일, 매주 월요일

요금: 무료

 

지난 2019년, 1월 대전시는 도시철도 2호선을 트램으로 조성하겠다는 건설계획을 밝혔습니다. 대전시 도시철도 2호선은 2024년 궤도와 차량 제작까지 마무리하고 2025년부터 본격 시운전을 시작할 예정인데요. 부산 역시 경성대부경역과 오륙도를 잇는 트램 노선을 건설할 예정에 있죠. 또한,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현대로템의 친환경 수소전기트램이 달리게 될 것입니다. 친환경 수소 사회를 선도하는 현대로템의 트램이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잡는 그날을 기대해 보아도 좋겠죠?

▶우리나라에도 트램이 달린다?! 부산에서 만나는 국내 1호 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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