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발표 30주년을 맞는 뮤지션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에는 기차 여행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KTX 등 고속철도가 발달해 서울-부산을 3시간 이내에 주파할 정도가 되면서 한국에서는 느림이 주는 낭만을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tvN ‘시베리아 선발대’에서 보여주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의 모습에 많은 청춘의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는 소식입니다. 오늘 현대로템 공식 블로그에서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모든 것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20대 청춘의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을 함께 출발해 볼까요?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거대한 아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유럽까지 연결되는 철도로 극동아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의 수도이자 유럽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며 영문 약칭인 ‘TSR(Trans-Siberian Railway)’로 불립니다. 두 도시를 잇는다고 하면 그 거리가 왠지 짧게 느껴지지만 운행 거리가 무려 9,334km, 서울에서 부산을 12번 왕복하는 엄청난 거리로 거의 지구 둘레의 1/4 수준입니다. 반드시 정차하는 주요 역만 수십 곳이고 철도로 거쳐 가는 역이 800개가 넘을 정도랍니다.
▲1910년경, 러시아의 화학자 세르게이 고르스키가 촬영한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사진 (출처: 세르게이 프로쿠딘-고르스키 위키백과)
시베리아 철도는 1891년 당시 러시아 국왕 알렉산드르 3세의 ‘모스크바에서 우랄산맥까지 뻗어있는 철도가 시베리아를 횡단하도록 연결하라’는 칙령에서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1895년까지는 중국과 몽골, 러시아와 북한을 거치며 중국에서 ‘흑룡강’이라 부르는 아무르강 구간을 제외한 대부분이 개통되었으며 세월이 지나 1916년에는 마침내 아무르강을 포함한 모든 구간이 개통됩니다. 위 사진은 1910년 부근 러시아 전국을 돌며 사진을 촬영하던 화학자 ‘세르게이 고르스키’의 사진으로 당시 정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후 1929년부터 구간의 전철화를 시작했지만 9,334km 구간에 모두 전기공사를 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추위의 대명사인 시베리아의 날씨는 여차하면 영하 50~60도로 떨어지는 혹한인 데다 여름에는 늪지대로 바뀌어 무려 2002년에야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일단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중간중간 쉬어가는 걸 감안하더라도 편도로 무려 7박 8일이나 걸리는 여정입니다. 그런데 이 구간에는 오로지 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 행 노선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는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왕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철도가 아닌 만큼 다양한 배리에이션이 존재합니다.
‘No. 001М, No. 002М, No. 099Э, No. 100Э’ 열차는 앞서 말한 블라디보스토크역과 모스크바 야로슬라블역을 출발하는 열차로 숫자가 낮은 열차는 급행으로 정차역이 비교적 적고 속도도 조금 빠른 편입니다.
No. 3, No. 4 열차는 중국 베이징역에서 몽골 울란바토르역을 거쳐 모스크바 야로슬라블역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로 이르쿠츠크 부근에서 몽골 종단철도로 분기하는 노선입니다. 중국과 몽골을 거쳐 가는 만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는 조금 다른 객차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지나가는 구간. 과거에 사용된 역사적 라인은 빨간색, 모스크바-옴스크 라인은 파란색이다. 바이칼-아무르강을 거치는 라인은 초록색, 시베리아의 남쪽 지선인 시베리아-옴스크 라인은 검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출처: 시베리아 횡단 철도 위키백과)
No. 5, No. 6 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하바롭스크역을 운행하는 열차로 다른 구간에 비해 운행 시간이 짧고 객차 시설도 좋은 편입니다. 두 도시를 엮어서 여행하는 패키지 상품도 여러 가지 존재한다고 하니, 미리 알아보고 이용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No. 19, No. 20 열차는 중국 베이징역에서 중국 만저우리역을 거쳐 모스크바 야로슬라블역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입니다. No. 3, No. 4 열차와는 달리 몽골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몽골 비자가 필요 없지만 거리가 훨씬 멀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No. 100Щ열차는 모스크바 야로슬라블역과 북한 평양역을 잇는 철도로 10,267km나 되는 세계에서 제일 긴 무환승 여객 노선입니다. 아무래도 북한으로 들어가는 열차이기 때문에 한국 국적으로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1등급 객차 ‘룩스’의 내부 모습(출처: RussianTrains 웹사이트)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역시 1등급~3등급으로 객차가 나뉩니다. 1등급 객차 ‘룩스(Lux)’는 1층 침대인 2인 1실의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며 전용 콘센트에 TV, 승무원 호출 벨까지 갖춘 고급 좌석입니다.
▲2등급 객차 ‘쿠페’의 내부 모습(출처: RussianTrains 웹사이트)
2등석인 ‘쿠페’(Kupe)는 4인 1실로 낮에는 1층 침대에서 앉아서 생활하다 밤에는 두 명이 위로 올라가 취침하는 구조로 역시 독립된 공간을 제공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 혼자 1등석이나 2등석을 예약할 경우,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밀폐된 공간에서 계속 지내야 할 수 있으니 잘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3등급 객차 ‘플라츠카르타’의 내부 모습 (출처: RussianTrains 웹사이트)
3등석인 ‘플라츠카르타(Plazkart)’가 바로 ‘시베리아 선발대’에 나오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모습입니다. 한 블록에 6인이 함께 생활하지만 오픈된 공간이라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이용했던 여행객들은 연인이나 부부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플라츠카르타를 추천하곤 합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기차를 타는 만큼 같은 처지의 여행객이나 현지인들과도 계속 어울리게 되는데요. 룩스와 쿠페에서는 맛보기 힘든 기차여행의 묘미인 것이죠.
수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음식도 나누면서 친해졌지만, 기차여행에는 이별의 순간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럴 땐 하차 역에서 따뜻하게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는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시베리아 선발대’ 일행은 귀여운 러시아 꼬마 가족들이 종착역에서 내릴 때 플랫폼까지 내려와 포옹하고 선물을 나누며 짠한 이별의 모습을 보여주었답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라고 하면 7박 8일 논스톱으로 기차가 달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기관사와 승무원도 교대해야 하고, 차량 피로도에 따라 기관차를 교체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역에 정차하기 때문이죠. 이때마다 플랫폼에 내려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지역 주민들이 판매하는 음식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중간 기착지에서 승하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배리에이션으로 일정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시베리아 선발대’에서도 후발대인 이상엽과 만나기로 한 선발대 일행이 러시아 중부 울란우데 역에서 내려 이상엽과 합류해 바이칼호 캠핑 투어를 떠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이르쿠츠크 역에 정차한 틈을 타지역 상인들에게 음식을 사는 여행객 (출처: Real Russia 홈페이지)
한편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먹을거리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정차역에서 매점을 이용하거나 간단한 현지 음식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내에도 식당칸을 운영하고 이동 매점도 오가는 만큼 배가 고픈 일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시베리아 선발대’의 초딩 입맛 고규필 배우처럼 입이 짧다면 아무래도 문제겠죠? 그럴 때를 대비해 미리 러시아 마트에서 충분히 장을 보고 열차에 오르는 것이 좋습니다.
▲24시간 펄펄 끓는 온수를 공급해주는 러시아식 온수기 ‘사모바르’ (출처: Trans Siberian 홈페이지)
특히 러시아에서는 한국 즉석 라면인 ‘도시락’이 거의 국민 라면 급으로 사랑받기 때문에 어디서든 구할 수 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는 팔팔 끓는 뜨거운 물을 제공하는 온수대 ‘사모바르’가 언제나 가동되고 있어 라면이나 즉석식품을 데우는 등은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단, 찬물의 위생 상태는 별로여서 반드시 생수를 사 먹는 것이 좋다고 수많은 여행자가 조언했습니다.
전기 콘센트 역시 중간중간 존재하지만 6인당 1개 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멀티탭을 가져가는 센스를 발휘하면 객차 내의 영웅이 될 수도 있다고 하네요. 단, 3~4구를 넘어가는 긴 멀티탭은 객차의 전력을 많이 끌어쓰기 때문에 차장의 눈총을 받게 됩니다. 아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열차인 만큼 계속 시간대가 바뀐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많은 분이 ‘시베리아 선발대’를 보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을 버킷리스트에 넣으셨을 텐데요. 하지만 모든 것이 좋을 수만은 없는 법! 지금부터 ‘시베리아 선발대’에서 알려주는 꿀팁들이 진짜인지 함께 확인해 볼까요?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150루블을 내면 샤워실을 이용할 수 있다?
여행 첫날, 온종일 샤워를 하지 못한 김남길이 열차 안에서 차장에게 150루블을 내고 샤워실을 이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다소 좁지만 있을 건 다 있고 온수도 잘 나온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모든 객차에 샤워실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김남길이 그날 이용한 객차는 비교적 신형인 객차였지만 구형 객차에는 샤워실이 없으니 민감하신 분들은 숙소에서 최대한 꼼꼼히 씻고 탑승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달리는 중에는 모바일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는다?
이것은 맞는 내용입니다. 어디서나 모바일 인터넷이 빠른 한국과 달리 러시아에서는 USIM을 끼웠다고 해도 인터넷이나 전화가 터지지 않는 구간이 허다합니다. 꼭 필요한 연락은 정차역에서 미리미리 해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최신 객차의 경우 무료 Wi-Fi가 지원되기도 하지만 승차권 번호로 인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승차권은 탑승 시 차장이 가져갔다가 내릴 때 돌려주는 방식이라고 하니 미리 승차권 사진을 찍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침대보와 베갯잇 등은 승차권 비용에 포함되어 있다?
과거에는 매트리스와 베개만 제공하고 침대보와 베갯잇은 별도로 요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침대보와 베갯잇 등 침구류는 무료입니다. 2018년 8월 이후로는 침대보와 베갯잇, 수건 등에 별도의 요금을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기차 여행의 로망을 만끽할 수 있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그런데 혹시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고속화되는 일은 없을까요? 다행히도 그러한 가능성은 없다고 합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지나는 구간은 워낙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이라 고속철도가 수익성이 적은 데다 공사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고속화로 인해 요금이 올라갈 경우 실제 노선을 이용하는 러시아 국민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게 됩니다.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지금의 속도와 노선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3등석인 플라츠카르타를 현대화하고 쿠페와 룩스처럼 독립된 공간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규모인 만큼 한 번에 바뀔 수는 없겠지만, 당장은 아니어도 시베리아 횡단 열차 3등석의 낭만이 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시간과 비용 때문에 러시아 여행을 망설이는 20대라면 지금 당장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 계획을 세워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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