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하죠? 머나먼 여행지에서 한국 제품을 볼 때면 가슴 한구석이 벅차오르는데요. 트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우연히 타게 된 트램이 ‘Made in Korea’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요? 이러한 상상은 상상으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는 2021년 하반기면 바르샤바 시내 곳곳에서도 현대로템의 트램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오늘 현대로템 블로그에서는 폴란드 바르샤바 트램 프로젝트 수주의 주역인 해외영업1팀 채진우 팀장에게 프로젝트의 숨겨진 이야기와 현대로템의 유럽 진출에 대한 깨알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003년 현대로템에 입사해 올해로 17년째를 맞는 채진우 팀장은 입사 때부터 한 길만 달려온 소위 ‘해외무역 통’입니다. 1999년 무역 상사에서 낙농과 화훼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채진우 팀장은 우연한 기회에 현대로템과 함께 추진한 아테네 지하철 프로젝트를 발단으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카이로 메트로 3호선 사업 협력 요청차 아랍산업화기구에 방문한 채진우 팀장(왼쪽에서 3번째)
“예전부터 영업직에 있으면서 ‘완성된 상품’을 영업해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철도 산업은 그중에서도 독특한 점이 있더라고요. 분명히 하나의 완성된 상품인데, 고객의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2003년 현대로템 해외영업팀에 합류한 채진우 팀장. 자신의 포부대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며 현대로템의 발전한 철도 기술을 알리는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그가 참여한 프로젝트만 해도 50여 개. 그 중 수주에 성공한 건은 총 9개로 대부분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시장이었습니다.
▲현대로템이 제작하여 카이로 시내를 달리고 있는 카이로 1호선 전동차
특히 2012년 수주한 이집트 카이로 3호선 사업은 ‘한국의 승리’와 같은 프로젝트였다고 합니다. 당시 경쟁사였던 프랑스의 거대 운송∙제조업체 알스톰은 프랑스 정부와 손을 잡고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는데요. 현대로템 역시 국토교통부, 산업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수주를 위한 승부수를 띄웠죠. 마침내 현대로템이 수주에 성공하자 채진우 팀장은 마치 ‘국가대표 A매치에서 승리한 기분’을 느꼈다고 합니다.
▲NAT(이집트 터널청) 기술본부장 Mr. KABAANY와 카이로 3호선 사업 관련 미팅을 하고있는 채진우 팀장
지난 17년 동안 채진우 팀장이 수주한 열차만 해도 무려 1,049량에 이르는데요. 이제는 지중해 지역을 하도 많이 방문해 아프리카나 중동 지역을 가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입니다. 얼마 전 계약을 마친 폴란드 시장 역시 채진우 팀장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지난 6월 12일, 현대로템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수주한 3,358억원 규모의 123편성 트램 수주 프로젝트는 당초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었습니다. 폴란드는 현대로템이 한 번도 발을 들이지 못했던 미지의 시장인 데다, 30년 넘게 현지 업체인 ‘PESA’가 트램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엔 길이 있는 법입니다.
▲폴란드 TRAKO(동유럽 철도차량 전시회)참관 당시 사진
“바르샤바 트램 사업 입찰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 막막한 사업이라 원래는 참여하지 않으려 했어요. 하지만 우리의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이면 해볼 만하다고 판단을 내리고 회사와 팀원들을 설득해서 불가능한 미션에 도전하게 되었죠.”
보통 입찰 준비 기간이 3~4개월인데 반해 바르샤바 트램 프로젝트는 마감을 6주 앞두고 준비를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입찰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많은 인력이 투입되었고, 채진우 팀장 역시 잠을 줄여가며 프로젝트에 몰입했습니다.
예상대로 벽은 높았습니다. 폴란드는 경쟁자 간 상대 업체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절차와 기간을 마련해 주고, 이러한 내용을 ‘국가항소위원회’를 통해 중재하는 청문회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공공 입찰을 진행하는데요. 기존 업체인 PESA는 물론 경쟁업체인 스태들러, 스코다 등 유럽계 업체들은 모두 힘을 합쳐 ‘트램 제작 경험이 부족하다’, ‘생산 능력에 문제가 있다’ 등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며 현대로템에 소송공격을 날렸습니다.
“기존 업체인 PESA를 비롯한 유럽 업체들은 ‘이번에 뚫리면 현대로템이 본격적으로 유럽에 진출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필사적으로 우리를 막아 섰습니다. 게다가 현지 언론들의 보도 때문에 여론도 좋지 않았어요. 다른 프로젝트라면 제안 발표회에서 이야기할 것들을 재판정에서 판사에게 설명하며 설득해 나가야 했죠.”
▲폴란드 수주의 든든한 조력자인 허선우 대리와 관련 서류를 검토 중인 채진우 팀장
그러나 이런 수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낸 끝에, 결국 승리의 여신은 현대로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채진우 팀장을 비롯한 해외영업1팀이 택한 전략은 의외로 단순한 ‘정공법’이었습니다. 그 첫 번째 방법으로 기존 업체들의 맹공을 막아내고자 작은 틈도 보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법적, 기술적 결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팀원들은 폴란드어 철자 하나하나까지 모두 체크할 정도로 꼼꼼히 제안서를 만들어나갔습니다. 제안서 초안을 검수하는 데만 2주를 보낸 끝에, 결국은 오류 0%의 무결점 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현대로템의 기술력을 강조했습니다. 폴란드 사람들에게 현대로템의 기술력을 알리기 위해 입찰 기간 동안 폴란드의 전시회나 컨퍼런스에서 현대로템의 기술력을 홍보하는 자리를 여러 번 마련했는데요. 처음에는 무덤덤하던 사람들도 ‘급곡선 주행 열차 시스템’ 등 현대로템의 뛰어난 기술력을 보고서는 감탄을 연발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램 노선 구성이 어려운 바르샤바 및 유럽 등지에서 현대로템의 ‘급곡선 열차 주행 시스템’은 혁신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럽의 도시들은 대부분 좁은 길목에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트램 노선을 구성하기가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정작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를 피해 트램 역을 설치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우리가 가진 ‘급곡선 주행 열차 시스템’을 활용하면 노선 구성이 훨씬 유연해집니다. 게다가 커브를 돌 때 생기는 분진과 소음도 줄어들고요. 이외에도 다양한 현대로템의 기술력을 많은 사람이 선보이면서 현대로템 쪽으로 승기를 끌어올 수 있었습니다.”
폴란드 바르샤바 트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한 해외영업1팀과 채진우 팀장. 그들의 성공 비결을 묻는 말에 채진우 팀장은 ‘기술적 유연성’을 꼽았습니다. 현대로템은 기존의 플랫폼을 고집하지 않고 현지의 사회, 지리, 문화적 배경과 발주처의 요구를 반영해 타 업체와는 차별화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폴란드 출장 귀국길 경유하는 프랑크프루트 공항에서 팀원들과 조우한 채진우 팀장(왼쪽 두 번째)
“다른 철도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정해진 플랫폼 몇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약간의 변화를 주는 시스템으로 입찰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죠. 다른 업체가 기성복이면 현대로템은 맞춤복인 것이죠. 기본 플랫폼에서 발주처와 사용자의 니즈를 철저히 배려해 꼭 맞게 피팅해 줍니다. 하다못해 ‘운전석에 컵 홀더를 설치해 달라’는 작은 요구까지도 맞춰줄 수 있는 기술적 유연성이 현대로템의 철도차량 영업 활동에 있어 최고의 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폴란드 바르샤바 트램 계약식에 참여한 현대로템 이건용 대표이사(가운데)
폴란드 바르샤바 트램 프로젝트는 본격적인 제작과 납품에 돌입해 2021년 4월이면 제작한 차량을 현지로 운반할 예정입니다. 이후 세부 튜닝을 마치고, 8월경부터 공식 운행을 시작한다고 하는데요. 이번 입찰에 승리한 영향으로 얼마 전 U-20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폴란드 ‘우치’에서도 트램 제안 요청이 들어오며 유럽 시장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채진우 팀장은 또 어떤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을까요?
▲이스라엘 시장 진출을 위해 2017년 동료들과 Site survey중에 찍은 사진
“이제 유럽의 문이 열렸으니, 이번 우치 프로젝트를 수주해 인접국인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으로 차츰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요즘 준비를 시작한 아일랜드 디젤동차 프로젝트와 루마니아 메트로 프로젝트도 꼭 수주에 성공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독일 베를린에서 현대로템의 트램이 달리는 것을 보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현대로템’이라면 불가능한 목표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경력 17년의 채진우 팀장은 오늘도 새로운 시장을 바라보며 앞날을 설계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현대로템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채진우 팀장은 이 질문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회사’라고 답했습니다.
▲유럽 트램 시장 개척의 1등 공신 현대로템 해외영업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권준범 대리, 장기훈 사원, 김영진 과장, 김형진 대리, 허선우 대리, 송치선 과장, 무라트 과장, 채진우 팀장)
“현대로템의 어느 부서에서 일하든 도전할 기회가 많이 주어집니다. 물론 그 도전은 당연히 험난하고 힘듭니다. 하지만 미지의 세계에 도전했을 때 얻는 성취감은 그만큼 큽니다. 실패하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패배의 기록으로 존재하지만은 않기 때문이죠.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실패의 기록은 결국 성공으로 인도하는 지름길이 될 테니까요.”
‘Creative Innovation for a Better Future’라는 슬로건 아래, 끊임없이 변화하며 도전해온 현대로템은 채진우 팀장의 말처럼 앞으로도 실패를 교훈 삼아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더 좋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오늘도 아낌없는 열정을 쏟아 붓는 현대로템의 도전에 앞으로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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