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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장치 개발자에게 직접 듣는 고속열차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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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로템 2019. 2. 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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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1일, 마침내 우리나라에서 고속열차가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올해로 운행 15년 차에 접어들며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KTX’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죠. 이제는 우리 삶 속의 필수가 되어버린 KTX이지만, 사실 개통 당시에만 해도 국내 고속열차 기술은 후발 주자 단계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오늘 현대로템 블로그에서는 따라가는 수준에서 창조하는 수준으로 도약한 우리나라 고속열차 기술의 성장 과정을 살펴봅니다. 과거부터 미래까지 현대로템 주행장치개발팀의 윤우혁 책임연구원이 직접 들려주는 고속열차의 모든 것,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한국형 고속열차를 탄생시키다

우리에게는 KTX로 더 익숙한 고속열차. 고속열차라고 하면 막연하게 빠른 열차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일반 열차와 고속열차를 구분하는데도 세계 공통의 기준이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현대로템 주행장치개발팀에서 고속열차의 주행장치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윤우혁 책임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오늘날 고속열차는 시속 약 200km 이상으로 운행되는 철도 차량으로 정의됩니다. 200km/h라는 수치는 KTX의 도입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고속열차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고도의 철도 기술이 필요한 분야인데요. 우리나라 역시 불과 20년 전에는 지금과 같은 고속열차의 양산을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KTX가 처음 도입되던 당시, 국내 기술로 생산된 차량이 아닌 프랑스의 테제베(TGV) 차량이 경부고속철도를 달리는 차종으로 선정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죠.”

지금으로부터 약 반세기 전인 1950년대 초반에는 최고 속도 100km/h 이상이 고속열차를 결정하는 기준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기준점의 수치만 비교하더라도 고속열차 기술이 과거의 2배가 넘는 수준으로 빠르게 향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처럼 기술의 빠른 성장 속도와 더불어 고속열차의 후발 주자였던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격차는 더욱더 벌어지게 됩니다.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고속열차 ‘HSR 350X’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속열차 기술은 KTX의 도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선진국에 의존해왔던 철도 기술에 한계를 느낀 현대로템이 한국형 고속열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후, 고속열차 분야에서 연구와 개발에 매진한 결과 마침내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고속열차 ‘HSR-350X’이 탄생합니다. HSR-350X 열차는 상용화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익숙한 ‘KTX-산천’으로 거듭납니다. 최초의 한국형 고속열차 개발은 경강선 KTX까지 그 기술을 고스란히 이어오며, 국내 고속열차 기술 수준을 혁신적으로 향상시켰습니다. 당시 고속열차 설계에 참여했던 윤우혁 책임연구원 역시 국내 기술의 성장을 몸소 체감했다고 합니다.


“KTX-산천이 지금과 같이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사실 개발 초기에는 우리나라 고속열차 기술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할 만한 국내 기술이 없으니 매 순간이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고속열차의 양산을 지켜보면서, 어느덧 걱정은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2017년 개통된 경강선 KTX는 우리나라 고속열차 기술의 자부심을 담은 완결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경강선 KTX 고속열차, 직접 타고 느껴본 현대로템의 기술력!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고속열차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 ‘EMU-250’ 개발의 주역 및 주행장치개발팀(강성욱 책임연구원, 윤우혁 책임연구원, 박종하 연구원, 오형식 책임연구원)

윤우혁 책임연구원이 몸담고 있는 현대로템 철도기술연구소의 주행장치개발팀은 고속차량용 주행장치(대차)를 포함한 모든 철도차량의 주행장치(대차)를 설계하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주행장치는 차량의 하중 지지, 직선/곡선주행에서의 선로추종성, 열차의 견인/제동력 전달 및 차량의 주행 안전성/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는 핵심 기술인데요. 열차의 운행 중 발생하는 충격과 진동을 완화하기 위한 현가장치(Suspension), 열차를 고속으로 운행(견인)할 수 있게 하는 구동장치(Driving Gear), 열차를 멈추게 하는 기계제동장치(Mechanical Breaking system), 선로 위를 구를 수 있게 하는 윤축(Wheelset)과 이러한 주요 장치와 차량을 지지하는 뼈대 역할의 대차프레임(Bogie Frame)을 적용하는 기술이 이에 해당합니다.

현재 주행장치개발팀에서는 동력분산식 차량인 EMU-250의 주행장치 기술에 주력 중입니다. 메탈릭 도장과 유려한 전두부 디자인은 물론이고, 운영속도 260km/h 이상의 속력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죠. 머지않은 미래에 시민의 발이 되어 줄 EMU-250 차량은 기존의 고속열차와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윤우혁 책임연구원에게 자세히 들어봅니다.


“고속열차는 ‘동력집중식 차량’과 ‘동력분산식 차량’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KTX는 동력 집중식으로 운행되는데요. 동력원이 열차의 앞뒤에 있으며, 열차의 앞/뒤에서 밀고 끄는 Push/Pull 방식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동력을 제공하는 객차 이외에 나머지 차량은 관절식으로 연결되어 끌려다니는 부수대차인 것이죠. 반면, EMU-250 차량은 동력분산식 차량으로 동력을 가진 구동대차가 중간중간에 배치되어 동력이 분산된 구조로 별도의 동력실 없이 모든 차량에 승객을 태울 수 있도록 운행됩니다. 이는 기존의 동력-집중식 차량 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것이 두드러진 장점으로 운송 효율이 높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전동차(지하철) 운행 방식과도 유사한 구성 방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현재 운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고속열차는 모두 동력 집중식 차량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처럼 동력집중식 차량 제작이 활성화되었던 것은 초기에 도입되었던 프랑스 고속열차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테제베(TGV)가 동력집중식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이후에 개발되는 고속열차 역시 프랑스 열차 기술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사실 열차를 이용하는 탑승객 입장에서는 동력 집중식과 분산식의 차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현대로템 주행장치개발팀에서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2020년부터 상용화 예정인 EMU-250 차량의 외관

“고속열차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전동차의 구동 방식인 동력 분산식 차량이 우리나라에서 주를 이뤘습니다. KTX의 도입 이후 동력집중식 차량에서도 안정적인 기술을 확보했지만, 분산식 열차가 가진 효율성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유지보수와 연계된 측면에서 동력집중식 차량의 경우 관절식 구조로 연결되어, 일부 객차에서 결함이 발생할 경우 차량 전체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력분산식 차량은 결함이 발견된 차량만 따로 분리해서 유지보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훨씬 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동력분산식 차량은 별도의 동력실이 없기에 차량 전체를 승객이 탈 수 있는 객차로 운영할 수 있어(차량 무게를 지탱해주는 주행장치, 즉 대차가 각 차량에 2대씩 배치되었기 때문이기도 함) 더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다가오는 2020년, 현재 생산중인 코레일 EMU-250 차량이 상용화되면 열차 운영의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처럼 미래형 고속열차의 효율성이 입증되면서, 윤우혁 책임연구원의 노고도 함께 빛을 발했습니다. 지난해 고속열차 분야의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현대로템 R&D부문 우수사원으로 선정된 것인데요. 잘 닦인 철도를 달리는 고속열차를 만들기 위해, 매일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윤우혁 책임연구원. 그가 이처럼 단시간에 국내 고속열차 기술의 성장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유일에서 일류로, 고속열차를 향한 질주

“고속열차 개발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아무리 빠른 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차량이라도 사고의 위험이 존재한다면, 그 차량은 결코 상용화가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 업무를 할 때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차량의 콘셉트를 구성하는 단계에서부터 차량이 최종 제작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혹시나 규정에 어긋나는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면서 설계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좀 더 중요한 것은 저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기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의 좋은 유대관계와 매 단계마다 이런 동료들이 속해 있는 유관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안전한 차량 설계를 위한 최적의 프로세스를 구성해 나가죠.”

원칙을 준수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소홀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KTX-산천부터 EMU-250에 이르기까지 원칙과 기본을 고수하며, 뚝심있게 현대로템을 지켜온 윤우혁 책임연구원! 그가 있었기에 국내 고속열차 기술이 지금과 같은 성장궤도를 오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초기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고속열차 기술은 가히 혁신적인 발전을 이뤘습니다. 비록 그 시작은 선진 기술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역으로 고속열차 대차를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단기간에 이처럼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고속열차 제작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면서 얻은 자부심 덕분일 것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대차를 전문적으로 개발∙설계하는 인력을 보유한 기업은 현대로템이 유일한데요. 저는 앞으로 ‘유일’이라는 자부심이 ‘일류’를 만드는 기업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개인용 VOD가 설치된 안락하고 넓은 동력 분산식 고속차량 특실

편안한 승차감과 다채로운 편의시설을 갖춘 EMU-250 차량의 상용화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향후 안정성을 확보한 EMU-250 차량은 경전선, 서해안선, 중부내륙선 등을 달릴 예정인데요. 열차가 상용화되면, 현재 운행 중인 ITX와 무궁화호를 대체하는 혁신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현대로템 주행장치개발팀의 노력이 담긴 산물, EMU-250! 고속열차의 선구자들이 모여 탄생한 차량인 만큼 앞으로 미래를 책임지는 고속열차로 자리매김하기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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