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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칼럼]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창의성이 샘솟는다

Future & Life

by 현대로템 2018. 5. 3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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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 그리고 어린이의 달이기도 합니다. 다른 어떤 달보다 동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달이기도 하죠. 아이와 함께 생활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말과 행동, 보석처럼 빛나는 생각에 감탄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어릴 때 바라보던 세상은 이토록 신기하고 놀라운 곳이었는데, 성인이 된 우리의 시야는 타성에 물들어 버리죠.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창의성, 창조력, 경이로움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요? 현대로템 기술연구소 스마트시스템 추진 T/F팀 김경준 선임연구원이 생각하는 ‘직장인의 창의성’, 지금부터 전해 드립니다.


큰 병원 가는 사람은 세균도 더 많은 사람?! 아이의 한 마디

얼마 전,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라, 가족 나들이 전에 잠깐 들러서 진료를 받기로 했죠. 저는 진료를 받으러 들어가고, 나머지 가족은 밖에서 기다리는데, 다섯 살 먹은 큰 딸아이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는 겁니다.

“여기 병원이 큰 걸 보니까 아빠 몸에 세균이 엄청 많은가 봐. 아빠 나오면 내가 ‘호~’해 줘야 될 것 같아.”

우리 가족은 아이의 말을 듣고 일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가 생각하기에 몸이 아픈 것은 세균이 있어서이며, 세균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이 아프다고 생각했겠죠. 그리고 세균이 아주 많은 사람, 즉 더 크게 아픈 사람은 큰 병원에 간다고 생각했을테고요. 그 조그만 머리로 이런 생각을 다 한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졸지에 제 자신이 ‘세균이 많은(?)’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 우습기도 했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온 가족이 한참 웃고 지나갔는데, 며칠 내내 아이의 말이 귀에 맴돌았습니다. 보이는 대로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과 연결해 말하는 것. 그렇게 스트레이트하게 말해 본 적이 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거의 그랬던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항상 말을 아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고, 어떤 현상을 보았을 때 ‘이면에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상대방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를 자연스럽게 먼저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직장생활에서 생각 없이 떠오르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삼가야 할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자기검열을 거듭하며 확장되는 생각들을 계속해서 하나의 틀에 밀어 넣고, 의심의 눈초리로 ‘그게 무슨 소리야’ 하면서 눌러 놓고 있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는 잘못된 것을 고칠 수도 없고, 남다른 변화와 도전을 추구할 수도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직장인은 어떻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탈피하는 동시에 하나의 현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창의적인 시각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지 말이죠.


창의성을 키우는 지름길 하나,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사람을 보지 말고 상황을 봐라.’ 제가 사회 초년병이던 시절 선배가 해 주신 조언입니다. 그때는 그 말이 어떤 말인지 잘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직장에서의 시간이 쌓여갈수록 선배의 조언이 새삼 다가옵니다.


나의 경험이나 경력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내가 가진 판단의 기준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자신의 기준이 옳다고 믿으며, 그것을 이용해 타인을 재단하고, 모든 상황을 다 아는 것처럼 판단하곤 하죠. 이런 경우, 나의 기준과 시각을 내려 놓고, 지금 해야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를 담백하고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 것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연결된 모종의 상황,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과 나름의 판단이 있는 저는 ‘이런 사람이 이렇게 벌인 일이니까 이런 결론이 나올거야’라고 미리 짐작하고 미리 한 발 빼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에 대한 인지가 없는 제 3자가 뜻밖에도 문제 해결의 묘수를 툭 던져 주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너무 잘 알고, 상황을 너무 잘 알았던 제가 미처 생각치 못했던 해결책이 그렇게 나온 것입니다.

창의성이라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 과정을 통해 도출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가끔은 내가 알고 있는 것들, 내가 예상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 내려놓은 채, 아무런 선입견을 갖지 말고 있는 그대로 상황을 바라볼 때 창의적인 솔루션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제 아이가 ‘큰 병원 = 세균이 아주 많은 사람들(크게 아픈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 것은 지극히 아이다운 사고의 결과지만 근본적으로 틀린 말이 아닙니다. 크게 아픈 사람들이 큰 병원에 가는 건 당연하니까요.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정답’을 향한 곧은 길이 눈 앞에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길은 대부분 타인의 고정관념을 모두 뛰어 넘은 창의적인 방법을 의미하겠지요.


창의성을 키우는 지름길 둘,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래서 아이 앞에서 냉수도 함부로 마시지 말라고 하는구나’라는 실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반복하는 나의 말버릇을 아이가 똑같이 따라 하고 있을 때, 아이가 안 보고 안 듣는 줄 알고 혼자 투덜거렸던 말들을 어느 날 아이가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을 때, 가슴이 덜컹 하고 내려 앉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층 더 놀랄 일이 있습니다. 어느 순간 아이가 엄마 아빠의 말과 행동을 따라하는 걸 넘어서 거기에 자신만의 말투나 행동을 덧붙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엄마 아빠의 행동도 보지만 주변의 다른 어른들이나 친구들의 행동도 보기 때문이겠죠. 이런 것을 보면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정말 뼈저리게 와 닿습니다.


회사 일이 익숙하지 않던 주니어 시절부터 저는 보고 문서를 만들 일이 많았습니다. 실무 경험이 적은 저로서는 어떻게 문서를 만들어야 할지 막연했죠. 그럴 때마다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문서를 참고해서 비슷하게 따라해 보기도 하고, 제가 보기에 좋아 보이는 서식이나 표현을 저장해 두었다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자신만의 ‘스타일’이 생기더군요. 업무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하는 방식도 선배들의 방식을 벗어나 저만의 방식을 고안해 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업무 내용을 하나씩 쌓아 나가던 중, 2017년 말 과제를 하나 받게 되었습니다. 특정 업무 내용을 주기적으로 점검ᆞ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었죠. 지난 몇 년간 선배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 온 저만의 방식을 적용하니 일이 보다 쉽게 해결되었습니다. 처음 밑그림부터 짜려고 했으면 아마 공수가 훨씬 더 많이 들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과정을 통해 창의성의 기원은 모방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아기들이 말을 배우거나 걸음마를 할 때도 엄마ᆞ아빠가 걷는 것과 말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서툴지만 따라해 보고, 수백 번 수천 번 넘어지고, 계속해서 옹알거리곤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말을 하고 걸을 수 있게 되죠. 창의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천 번, 수백 번의 모방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새로운 ‘나만의 창의성’을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창의성 하면 세상에 없는 것, 아무도 해 보지 않은 것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을 먼저 느낍니다. 하지만 세상에 없는 것, 아무도 해 보지 않은 것은, 세상에 많은 것, 누구나 해 본 것들을 수 없이 거듭하고 반복할 때 탄생할 수 있습니다.


창의성을 키우는 지름길 셋, 즐거움과 유머 감각을 잃지 말기

비 오는 어느 주말 오후. 둘째 아이는 콧물감기로 아프고 큰 아이는 놀러 나가질 못해 좀이 쑤셔 징징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모처럼 장롱 정리를 한다고 오래된 옷과 가방을 꺼내어 늘어 놓았습니다. 심심해 하던 큰 아이가 정리를 하는 아내 옆에 앉더니, 오래 된 구닥다리 가방과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등장했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엔 당장 재활용품 수거함에 내보내야 할 물건인데 아이들의 눈에는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콧물이 줄줄 흐르는 둘째까지 합세해 패션쇼가 열렸습니다. 솔방울 같은 장식품이 달린 가방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가발이라고 하지 않나, 펄럭이는 스카프를 가슴에 두르고 드레스라고 하지 않나… 아이들은 어느새 헌옷과 가방으로 역할놀이에 푹 빠져 정신없이 놀더군요.

이 모습을 바라보다가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상황이라도 재미와 유머를 찾을 수 있다면 창의성이 샘 솟을 여지는 충분한 것이라고 말이죠. 아내와 저에겐 ‘이거 언제 다 정리해서 내다 버리지?’ 싶었던 헌옷들이 아이들의 눈에는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가방이 가발이 되고 스카프가 드레스로 변하는 창의성은 아이들의 ‘재미’로부터 비롯된 것이죠.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답이 안 나올 것 같은 교착 상황. 혹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결과를 가져올지 감이 안 와서 난감한 상황. ‘뭐 좋은 생각 없어?’ 주변에서 물어 오는 이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때론 이런 때 ‘제일 재미있을 것 같은 방법’을 택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발명, 남다른 성공의 배경엔 대부분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는 이유가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친구와 함께 차고에서 애플 컴퓨터를 만들기 시작했고,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상을 놀라게 한 우리나라 컬링 여자 국가대표 ‘팀 킴’도 고등학생 시절 놀 거리가 거의 없는 시골 마을에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컬링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창의성을 도출해 낼 수밖에 없습니다. 남들하고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 재미있을 리 없으니까요. 가끔 나 자신이 너무 틀에 박힌 행동과 생각을 한다고 여겨질 때,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궁리하다 보면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창의성이 모습을 드러낼 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평범하고 흔한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서, 창의성이나 창조력을 생각하면 ‘너무 튀는 게 아닐까, 남들 만큼만 해도 절반은 갈 텐데 괜히 나서는 게 아닐까’ 주저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오늘 이 글을 쓰는 동안 제 아이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을 떠올려 보며, 아이들이 저에게 가르쳐 주는 창의적인 삶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순간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자기답게, 유쾌하게 풀어 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창의성의 가치를 발견해 봅니다.


글_ 김경준 선임연구원 (현대로템 기술연구소 스마트시스템 추진 T/F팀) 현대로템 기술연구소에서 스마트시스템 추진 T/F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경준 선임연구원은 일상 속에서 창의성의 가치를 추구하며 남다른 시각과 실천으로 창조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현대로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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