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현대로템 블로그에서 전해 드릴 알쓸신철, 알아두면 쓸데있는 열차 상식은 ‘열차 내 편의시설’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그런데 이 글을 읽기 전 한 가지 주의 사항을 전달 드리려고 해요. ‘내가 지저분한 걸 못 참는다’는 분, 지금 뭔가를 드시는 분은 이 글을 읽는 것을 한 번 더 고민한 후 스크롤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만 ‘나는 화장실 얘기가 엄청 재미있다’, ‘열차 화장실에 대해 평소 궁금한 점이 많았다’는 분은 지금부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습니다. 오늘의 알쓸신철,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먹고 싸는 이야기! 열차 식당차와 화장실에 대한 깨알 같은 지식,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고속차량이 개발되면서 최근에는 열차 속도가 향상되어 차내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졌습니다. 즉, 아침식사 후 열차를 타면 점심시간 전에 목적지에 도착하기 때문에 굳이 철도를 이용하면서 식당차에서 밥을 먹을 일이 없어진 것이죠.
그렇지만 지금처럼 열차가 빠르지 않던 시절, 열차에는 식당차가 있어 기차를 타고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답니다. 1974년부터 2008년까지 새마을호 및 무궁화호 일부 차량에서 식당차가 운영되었는데요. 주방장과 지배인, 웨이터가 있는 본격 레스토랑의 형태였습니다. 양식, 한식, 도시락, 차와 음료, 주류, 안주 등을 판매했다고 합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는 식당차의 전성시대였습니다. 유명 호텔 외식사업부에서 위탁경영을 맡은 까닭에 다양한 양식 메뉴와 맛깔스러운 한식 메뉴, 그리고 특별 코스 메뉴 등을 맛볼 수 있었죠. 달리는 철도차량에서는 가스를 쓰기 어렵기 때문에, 식당차에서의 조리는 주로 전기스토브, 전기찜솥, 전자레인지 등 전기를 사용한 조리기구가 담당했습니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미식을 즐기는 컨셉의 새마을호 식당차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낭만의 대명사와도 같았습니다. 음식 가격은 호텔 레스토랑 가격 수준으로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철도의 멋과 맛을 즐기고자 하는 많은 승객들이 이용했습니다. 또한 좌석 예약을 못한 입석 승객들이 식당차를 점유하고 차 한 잔 시켜 놓고 계속 앉아 있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며 식당차 이용객이 감소하고 차량 속도가 빨라지면서 식당차는 차내 도시락 판매 형태로 축소되었고 2008년 이후로 카페열차 운영 계획과 맞물리면서 사라졌습니다. 오늘날 식당차가 남아 있는 차량은 해랑, 서해금빛열차 등 일부 특별 관광열차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초기 KTX 산천 일부 차량에는 식당차가 설계, 배치된 적이 있었는데요. 현대로템에서는 KTX 산천 식당차에 사용되는 주방기기를 직접 개발하여 차량에 설치하기도 했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운행되는 열차의 화장실은 대부분 진공식 또는 순환식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우리나라 열차에서 사용되는 진공식은 항공기 화장실과 유사한 원리로, 공기압을 사용해 적은 양의 물로도 효과적 세척이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세 버튼을 누르면 커다란 ‘쏴아아악!’ 소리가 나면서 흔적도 없이 흔적이 사라지는 진공식 화장실, 과연 어떤 식으로 세척이 되는 것인지 먼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열차 진공식 화장실의 원리
1. 수세 스위치 누르기 : 용변을 본 후 화장실 벽에 설치된 수세 스위치를 누르면 진공 발생기가 작동하면서 오물 탱크 내에 진공이 형성됩니다. 아울러 오물 탱크 내의 악취는 냄새제거필터를 통해 걸러지게 되죠.
2. 세정수 분사 : 오물 탱크 내의 진공도가 진공스위치 설정치에 도달하면 급수 가압기와 세정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하며 가압된 세정수가 변기 내부로 분사되어 씻어 내리게 됩니다.
3. 오물 흡입 : 변기 내 세정이 완료되면 흡입밸브가 열리면서 탱크 내의 진공력에 의해 변기 내의 용변과 세정수가 오물 탱크 내로 강제 흡입되죠.
4. 시스템 종료 : 용변도 오물 탱크 속으로 사라지고, 세정수 분사로 세척도 끝나고, 이제 용변 처리 완료! 화장실 시스템은 사용 대기 상태로 초기화 됩니다.
위의 1번부터 4번까지의 과정이 눈 깜빡할 사이에 펼쳐지는 것이 바로 진공식 화장실인데요. 이렇게 처리된 오물은 차량 하부의 오물 탱크에 저장되고, 차량운행 종료 후 수거차량이 가져가게 됩니다. 열차 오물 탱크의 용량은 통상 별도의 수거 없이 2일 정도 사용이 가능한 용량으로 제작되므로, 정상적 운행 상황에서는 오물 탱크가 가득 차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초기 KTX 열차 및 해외 일부 열차에서 사용된 순환식 시스템은 오물 탱크에 세척액과 정화약품을 혼합해 이를 계속 순환시키면서 사용하는 형태입니다. 한 번 사용한 세정수를 정화과정을 거쳐 다시 사용하는 형태인데요. 위생상의 문제로 유색 소독약을 첨가해 사용합니다. KTX 초기, 변기 세정용수로 녹색이나 짙은 남색 물이 나왔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이러한 형태의 화장실이 바로 순환식 시스템이랍니다. 이 경우 세정수의 제한 없이 용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냄새 및 위생상의 문제 때문에 최근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예전 KTX 열차 설계를 맡은 현대로템 연구원들은 순환식 화장실 시스템이 고장나면 직접 기지에 가서 분해, 조사를 하곤 했다고 합니다. 오물 탱크와 화장실 시스템을 분해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고역스러웠을까요! 그렇지만 그때의 노력이 하나 둘씩 쌓여 오늘날 쾌적한 열차 이용이 가능하게 되었으니, 현대로템 연구원들의 고생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열차 화장실이 지금처럼 청결하고 편리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1980년대 말 까지 열차 화장실은 ‘자연낙하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즉, 달리는 철도에 오물을 그대로 배출함으로써 ‘대자연’의 품으로 ‘흔적’을 돌려보내는 방식이었죠.
당시 비둘기호, 통일호 등은 ‘동양식’, 즉 쪼그려 앉는 형태의 변기를 갖추고 있었는데요. 변기 아래 둥글게 구멍이 뚫려 있어 달리는 철도 선로가 그대로 보이는 형태였습니다. 때문에 열차가 정차할 때는 화장실 사용이 금지되었으며, 이러한 형태의 화장실을 이용해 본 적 없는 승객에게는 ‘적응’이 필요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한 날씨가 추울 때는 외부와 면한 배관에 용변이 얼어붙어 계속 쌓여 올라와 처치곤란 ‘얼음탑’이 만들어지기도 했다니, 정말 그때는 열차에서 볼일 한 번 보기가 너무나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도 종종 일어나는 해프닝이지만, 화장실 문을 잠그지 않고 용변을 보는 승객이 있을 경우 ‘비었음’ 표시등만 보고 문을 열었다가 안에 있는 승객, 문 연 승객 모두 화들짝 놀라는 상황이 발생하곤 하는데요. 요즘 열차 화장실은 주택 화장실처럼 양변기에 앉아 사용하기 때문에 그래도 조금 낫지만, 과거 ‘푸세식’ 형태의 화장실은 문을 등지고 쪼그려 앉는 형태여서 난감함이 더욱 배가되었다고 합니다. 문을 벌컥 열면 누군가의 푸짐한 뒷태와 뽀얀 엉덩이를 그대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열차 화장실 내에서 손을 씻거나 물을 내리면서 ‘물 많이 쓰면 나중에 열차에 물이 똑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궁금증을 가진 적이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열차 용수는 해당 열차의 전체 운행시간, 승객 1인당 화장실 사용 횟수, 승객 수 및 정비주기 등을 고려하여 계산합니다. 이러한 용수량 계산에 있어 과거 운행시 사용량 데이터는 측정의 기준이 되죠.
또한 열차를 설계할 때 물을 아껴 쓰기 위한 작은 팁을 구석구석 배치합니다. 세면대 수도꼭지는 버튼형, 센서형 등으로 사용할 때만 물이 나오는 절수 형태이며, 변기 세정수의 경우 세척수압을 증가시켜 1회당 약 0.5리터(500ml) 의 물만으로도 세척이 가능하도록 강하게 쏘아 줍니다.
다만 열차 용수와 오물 탱크 관리에 있어 통상보다 더 긴장해야 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명절 특별대수송기간이 그것입니다. 평소보다 승하〮차하는 인원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용수를 채워 넣는 주기와 오물 탱크 정비 주기가 더욱 빨라지게 됩니다. 물도 많이 쓰고 화장실도 많이 쓰다 보니 부지런히 채워 넣고 비워 내어야 하는 것이죠. 요즘처럼 열차 탱크가 크지 않던 과거에는 특별수송기간 중 대전역에서 용수 탱크에 물을 보충하는 절차가 있었다고 합니다.
열차 내부 전면 금연이 상식인 이 시대에도 화장실에 숨어 담배 피우는 일부 몰염치한 흡연족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열차 내부에는 화장실, 부속실, 객실 등의 천장에 4~5M 간격으로 열연 감지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열연 감지기는 열과 연기를 감지해 이상 반응이 있을 경우 승무원과 기관사에게 바로 신호를 보냅니다. 뿐만 아니라 열차 내 화재감지장치는 알람, 안내방송 등을 자동으로 나오게 합니다. 또한 모든 열차 소재는 불연재로 제작되어 있으며 비상대피 설비와 소화기가 갖춰져 있습니다. 일부 차량에는 천장에 화재진압용 소화설비를 갖추고 있기도 합니다.
이 말인 즉슨, 열차 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면 바로 승무원과 기관사에게 신호가 갈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열차가 비상정지를 할 수도 있고, 열차 내 알람과 안내방송이 크게 울려 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열차 내 흡연 시 최고 50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고, 이를 제지하는 철도종사자를 폭행, 협박하여 직무집행을 방해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되니 열차 화장실을 비롯한 차내 공간에서는 절대 담배에 손도 대지 말아야겠습니다. 아울러 전자담배나 찌는 형태의 궐련 또한 연초 담배와 동일하게 취급되니 ‘전담이라 괜찮아~’라는 생각은 아예 버려 주세요!
알아두면 쓸데있는 열차 상식, 오늘은 식당칸과 화장실 이야기를 전해 드렸는데요. 호랑이 식당칸에서 밥 먹던 시절부터 ‘푸세식’ 화장실을 지나 오늘날 최첨단 진공 시스템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현대로템은 항상 승객의 편의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열차를 설계, 제작해 왔습니다. 또한 이번 ‘알쓸신철’을 위해 ‘무용담’을 들려 준 주인공들, 열차 편의시설 개발에 몸 담으셨던 현대로템 연구소 고참 연구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현대로템 모든 임직원들은 앞으로도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철도차량 개발에 있어 변함없는 열정으로 승객의 편의와 안전을 책임질 것을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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