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국제철도협력기구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 철도 연결을 위해 창설된 국제기구로 러시아와 중국 등 28개 나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앞으로 우리나라가 철도를 통해 다른 나라와 연결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국제철도협력기구 정회원 가입 뉴스를 접하니 ‘나라마다 열차의 모양과 선로 궤도가 다른데, 열차 타고 다른 나라로 갈 수 있을까?’ 궁금증을 갖게 됩니다. 열차 타고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 위해 조정되어야 하는 열차 궤간에 대해 현대로템 블로그에서 전해 드립니다.
궤간(軌間)은 궤도에 있어 한 레일과 마주 바라보는 레일과의 거리이며, 철도건설규칙에서 정의하는 궤간은 ‘양쪽 레일 안쪽 간의 거리 중 가장 짧은 거리를 말하며, 레일의 윗면으로부터 14mm 아래 지점을 기준’으로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표준 궤간은 1435mm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표준궤입니다. 이보다 큰 궤간은 광궤, 이보다 적으면 협궤라고 합니다.
▲철도차량의 주행장치(대차)의 주요부품인 차륜과 차축, 그리고 선로의 궤도. 좌우 궤도 간의 거리에 따라 광궤, 표준궤, 협궤가 결정된다
궤간은 선로를 한 번 만들면 수정하기 어렵고, 철도차량을 제작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되는 까닭에 궤간의 기준(표준, 협궤, 광궤)이 매우 중요합니다. 철도차량의 주행장치(대차, bogie)의 주요 장치인 차륜 및 차축을 설계할 때 운행 궤간을 고려해서 설계, 제작합니다. 궤간과 윤축(차륜+차축)이 맞지 않으면 윤축이 궤도를 굴러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궤간이 커지면 차량도 커지고, 궤간이 작으면 차량도 작아집니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궤간 및 차량크기가 작은 협궤열차가 달린 적이 있는데요. 1937년 개통한 수원~인천간 수인선과 1930년 개통한 수원~여주간 수려선이 그것입니다. 일제 강점기 식량 수탈을 목적으로 설치된 수인선과 수려선은 762mm의 협궤열차가 달리며 여객 및 화물을 실어 날랐습니다. 이후 표준궤간 도입에 따라 수려선은 1970년대, 수인선은 1990년대 폐선되었습니다.
오늘날 각국에서 사용하는 궤간은 대표적으로 1435mm의 표준궤, 1520mm의 광궤, 1067mm의 협궤가 있습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몽골, 벨라루스, 그리고 핀란드 등은 광궤를 사용하고, 우리나라, 중국, 폴란드, 서유럽 각 국가(핀란드 제외)는 표준궤를 사용합니다. 일본(재래선),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등은 협궤를 사용하죠. 이러한 까닭에 각 국가를 넘나들 때 국경에서 바뀌는 궤간에 대응해야 합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열차역의 전경. 스페인은 기본적으로 일반열차가 광궤인 1668mm로, 표준궤인 스페인 고속열차에는 광궤 형태 선로를 달리기 위한 궤간 가변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나라와 나라가 철도로 촘촘히 연결된 유럽 같은 경우는 국가마다 다양한 크기의 궤간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궤간이 다른 지점에 도달할 경우, 궤간 변경을 극복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개발되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궤간 가변이 있습니다. 궤간 가변이란 철도차량의 바퀴 부분과 동력전달장치를 좌우로 시프트(shift, 들어올려 바꿈)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선로 궤간이 바뀌는 부분에 궤간 변경용 선로 혹은 궤간 변경기를 설치하여 철도차량이 이곳을 저속으로 지나가는 동안 철도차량의 바퀴 부분과 동력전달장치 부분이 궤간에 맞추어 좌우로 넓어지거나 좁아집니다. 궤간 가변 방식은 철도차량의 주행장치인 대차의 수명이 길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서로 다른 궤간을 가진 선로에 구애받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기술의 발전으로 궤간 가변에 소요되는 시간도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광궤와 표준궤 모두 달릴 수 있는 궤간가변대차를 개발했는데요. 철도연이 개발한 궤간 가변 고속대차는 기존 제품 대비 무게 및 부품 수효를 줄여 고속화 및 장거리 운행, 유지보수성을 대폭 향상시켰습니다.
▲2017년 부산 국제철도물류 전시회에서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저심도 도시철도용 대차가 선보였다
궤간 가변과 비슷한 또 다른 궤간차 극복 방식으로는 대차 교환이 있습니다. 이는 철도차량의 대차 부분을 아예 바꾸어 버리는 것인데요. 궤간이 다른 선로로 진입 시, 철도차량과 대차를 분리하고 차량을 잠시 들어올린 후 바뀐 궤간에 적합한 대차로 교체하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 철도차량은 그대로이나 하부 대차가 교체되었기 때문에 바뀐 대차가 현 차량의 무게 및 주행속도를 견뎌낼 수 있어야 합니다. 표준궤에서 광궤로 변경될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광궤에서 표준궤, 혹은 표준궤에서 협궤로 변경될 경우 대차도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대표적인 광궤사용 국가로, 핀란드, 몽골, CS국가 등 러시아의 영향을 받은 인접국가들 또한 러시아와 같은 1520(호환범위 1524)mm 광궤를 쓴다. 사진은 러시아 화물열차의 모습
이외에도 듀얼게이지(이중궤간)라고 하여 또 하나의 레일(제3레일)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듀얼게이지는 선로 건설의 경제성 등을 고려해 철도차량 환승 및 환적장, 차고 및 창 진입 공간 등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선로에 제3레일을 설치하는 것은 추가 건설비 발생 등의 문제가 있어 보통 잘 시행하지 않습니다.
또한 아예 철도차량을 환승 및 환적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궤간이 변경되는 시점에서 화물 및 승객들이 내려서 바뀐 궤간에 대응하는 철도차량으로 갈아타는 것이 그것입니다.
훗날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달려갈 수 있는 날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때가 되면 궤간 가변 기술도 지금보다 더욱 발전해서 더욱 빠르고 안전하게 궤간차를 극복하고 거침없이 달리는 철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오늘 현대로템 블로그에서는 세계를 향해 달려 나가는 우리나라 철도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며 열차 궤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알아두면 쓸데있는 열차 상식, 다음 회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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