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나타나는 가상 키보드로 검색한 정보를 골라내고 용의자를 분류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 톰 크루즈의 모습은 이제 영화 속 환상에서 벗어나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요즘에는 테마파크 등 놀이시설을 넘어 전시관이나 실습장 등 다양한 곳에서 VR과 AR 기술이 활용되고 있죠. 그런데 이 기술들이 철도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오늘 현대로템 블로그에서는 철도산업의 이해와 안전성을 높이는 VR과 AR 기술의 활약상을 소개합니다.


헤드셋으로 뛰어드는 매트릭스의 열쇠, VR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개념은 1932년 출간한 올더스 헉슬리의 SF 소설 ‘멋진 신세계’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래된 개념의 기술입니다. 1968년 미국 유타대학에서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연구하면서부터, 현재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헤드셋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VR 기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VR은 <공각기동대>나 <매트릭스> 등 첨단 기술을 소재로 한 영화를 통해 그 개념이 발전해 나갔지만, 센서 기술과 실시간 그래픽 처리, 네트워킹의 발전 속도가 그에 미치지 못해 계속 ‘상상 속의 기술’로만 존재해야 했어요.


그러나 21세기 들어 컴퓨터의 연산 처리 속도와 인터넷 등 네트워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다양한 VR 기기들이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최근 VR용 영화나 게임 콘텐츠들이 속속들이 발매되었지만, 콘텐츠와 가격의 제약으로 아직 대중화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4년 페이스북이 VR 헤드셋 개발 업체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은 VR 기술의 일상화와 대중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여겨집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로 다가오다, AR

VR이 특정 디스플레이와 보조 장치를 통해 100% 가상 현실을 구현하는 것이라면 AR은 현실과 가상을 믹스하는 기술입니다. 글머리에서 예를 든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이 증강현실의 일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AR은 VR보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상용화되었습니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잠시 계기판을 보는 동안에도 지면이나 아군기, 적기 등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AR 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된 것은 전투기의 헤드업 디스플레이였습니다. 이미 70년대 초중반 이후로는 대부분 군용기가 운항 정보와 전투 정보를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의 전투력 측정기 ‘스카우터’와 유사한 방식으로 앞 유리에 띄우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있었습니다. 

AR 역시 컴퓨팅과 네트워킹이 발전하면서 급격히 그 수준이 높아졌는데요. 스마트폰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양상이 VR과는 약간 달라졌습니다. 최근의 AR은 영상이나 이미지 등의 레이어를 현실과 합성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100% 새로운 세상을 구성해 보여주는 VR과 달리 현실을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는 AR은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와 궁합이 잘 맞는 편입니다.


한국에 처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거리의 모습을 촬영하면 GPS나 네트워크 정보를 바탕으로 가게와 지형 등의 정보를 보여주는 앱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7년 1월 한국에 정식 발매된 모바일 게임인 ‘포켓몬GO’는 우리에게 AR 기술이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게임이나 영상 콘텐츠 등에 사용되던 VR과 AR 기술을 철도산업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재난이나 돌발상황을 VR로 체험하고 예방한다!

VR이나 AR 기술은 철도 관련 요원들의 교육용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철도 관련 기관이나 업체가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철도차량 VR 시뮬레이터를 기관사와 승무원 교육에 투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철도차량 VR 시뮬레이터는 실제 차량의 제어 시스템과 운전 시 선로 주변 환경을 그대로 재현해 기관사 지망생들의 기본 교육이나 경력자를 위한 신규 차량 교육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의 또 다른 장점은 ‘돌발 및 위험 상황’에 대한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상황으로 겪기 힘든 장애물이 선로에 떨어지는 돌발 상황이나 화재, 사고 등의 위험 상황을 철도차량 VR 시뮬레이터를 통해 체험이 가능하죠. 사전 훈련을 통해 대처법을 미리 학습하면 혹시 모를 사고에서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7호선 반포역 지하상가 ‘디지털 시민안전체험관’에 위치한 열차 VR 체험 시설(출처: 한국철도시설공단 홈페이지)

한편 VR 기술은 기관사뿐만 아니라 승객 교육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018년 2월 9일부터 7호선 반포역 지하상가에 ‘디지털 시민안전체험관’(이하, 체험관)을 오픈했습니다. 체험관에서는 승강장, 열차 내, 터널 내 화재 상황 등을 VR로 경험하고 각 현장에 맞는 알맞게 대피, 응급조치 등 상황에 맞는 대처 요령을 체험해 볼 수 있다고 해요. 실제처럼 VR로 친숙하게 경험하는 철도차량 체험에 많은 승객들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답니다. 


직접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는 VR 조감도

▲ 현대로템이 제작한 열차의 3D VR을 체험하는 관람객. 열차 내외부는 물론 바닥까지 모두 볼 수 있으며, 차량 내/외부 컬러를 직접 바꿔가며 체험할 수 있어 훌륭한 조감도 역할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VR을 훌륭한 제품 홍보 매체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6월 12일부터 15일까지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19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 현대로템 부스에서 운영한 VR 체험존의 콘셉트는 ‘열차 체험’이었습니다. 방문객은 VR 헤드 마운트를 통해 현대로템이 제작한 전동차를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차량의 외관은 물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내부의 구조와 인테리어 및 조종석까지 모두 살펴볼 수 있었죠. 

조이스틱을 이리저리 움직여 차량 내외부의 도색을 바꾸고, 차량을 들어 올려 하부의 모터와 휠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기능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VR 영상은 현대로템의 차량을 구매하고 싶은 시행청이 현대로템 차량을 더욱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훌륭한 조감도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VR 콘텐츠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앞으로 현대로템은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현대로템 조석제 책임연구원에게 들어볼까요?

▶2019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서 만난 현대로템 


전문가에게 듣는 철도 분야 VR 콘텐츠의 전망

-현대로템 철도기술연구소 설계검증팀 조석제 책임연구원


Q. 철도 차량 체험 VR 콘텐츠를 개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A. VR이라는 신기술을 철도 분야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다가 ‘VR로 차량 모델을 견학하듯 체험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일반인에게 재미를 주는 동시에 관계자들에겐 훌륭한 체험 도구가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Q. 개발할 때 가장 신경 썼던 점은 무엇인가요? 

A. 대상을 실체화하는 것은 비교적 순조로웠지만, 어지럼증이나 멀미 등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체험자 입장에서 인터페이스를 구성하는 게 가장 까다로웠습니다. 앞으로도 더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Q. 체험해 보신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나요?

A. 처음에 일반 VR 게임으로 알고 오셨다가 ‘이렇게 보니 열차가 새로워 보인다’며 많이들 즐거워하셨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현실감 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컬러 옵션을 바꿔보는 것도 반응이 좋았지만 특히 차량 하부를 들여다볼 때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업계 관계자들은 VR 부스를 보고는 실제로 기존에 운행 중인 철도차량의 적용 가능 여부 등에 대한 질문도 많이 하셨어요. 


Q. 앞으로 VR은 철도 산업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A. 차량의 운전이나 정비 교육, 주행, 긴급상황 등을 VR로 시뮬레이팅해 철도차량 정비자와 운전자를 교육하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VR 조감도를 활용하면 차량을 제작할 때 디자인 목업을 만들지 않고도 고객이 디자인 옵션을 검토하고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를 토대로 실제 차량 제작에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설계단계에서 향후 유지보수를 위한 조립, 분해 작업과 관련하여 안정성, 편의성, 조작성 등을 확인할 수 있어서 사전 설계 품질 향상에도 도움이 되겠죠. 


Q. 현대로템이 현재 준비하고 있는 철도 관련 VR, AR 콘텐츠가 있을까요?

A. 현대로템은 VR을 다양한 부서 간의 협업을 돕는 사전 설계검증 도구로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철도차량 체험 VR 콘텐츠를 발전시켜 실제 프로젝트 입찰 제안 등에도 활용할 예정입니다. 스마트 유지보수 시스템인 CBM을 통해 정비팀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AR 기술을 정비해 활용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입니다.


재고와 매뉴얼까지 알려주는 AR 유지보수 도우미

현대로템은 미래의 철도 기술에 4차 산업혁명의 주축이 되는 AI와 LTE-R, IoT(사물인터넷) 등과 함께 AR을 적극 활용한 스마트 유지보수 시스템 구축을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9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 현대로템 부스에서는 현재와 미래의 다양한 철도 기술뿐만 아니라 AR 기술을 철도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현대로템이 개발하고 있는 CBM(Condition Based Maintenance) 기술은 LTE-R과 IoT, 빅데이터 등을 결합해 차량의 상태를 파악하고 합리적인 유지보수를 도와주는 시스템입니다. 이 CBM 기술을 활용하면 차량 부속의 마모, 피로도 상태를 스스로 체크해 교체/수리 시기가 되면 유지보수 팀에게 자동으로 알림을 보내 작업을 지시합니다. 


▲작업 부위를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현시하면 AR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이때 작업자가 가지고 있는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작업 부위를 스캔하면 AR 기술을 이용해 해당 부품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부품의 재고와 창고 내 위치 등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필요할 경우 해당 앱에서 작업 지시서와 정비 매뉴얼 등을 곧바로 내려받는 것도 가능해 작업 효율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4차산업혁명과 철도차량 스마트 유지보수 기술  

현재 1세대 단계인 VR과 AR은 앞서 설명한 예에서 머무르지 않고 더욱더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큰 기술 분야입니다. 영화가 3D를 거쳐 4D로 발전한 것처럼, 시각에만 주력했던 현재의 VR과 AR이 후각과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한 체험으로 진화할 전망입니다. 현대로템은 이미 VR과 AR을 철도 산업에 활용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트렌드에 주목해 미래 철도 기술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더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게 될 철도산업에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현대로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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