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쌀쌀해진 날씨가 짧은 가을의 끝을 알리는 것 같아 아쉬운 요즘입니다. 아직은 보내기 아쉬운 막바지 가을바람을 붙잡고 야외활동을 즐기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높은 하늘 아래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여유롭게 책을 읽는 시간이야말로 가을에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사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을이 주는 최고의 선물을 제대로 만끽하고 있는 현대로템 임직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현대로템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임직원 칼럼, 철도영업본부 해외영업1팀 송치선 과장의 인생을 바꾼 책을 만나 봅니다.
회사 밖에서의 저는 주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편입니다. 평소 음악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요. 해금, 피아노 등의 악기를 배워 직접 연주를 하기도 합니다. 여행도 주로 혼자 떠나는 것을 즐기는 편이지만, 가까운 친구들과 이따금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내는 시간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항상 곁에 두려고 합니다. 따로 시간을 내서 읽기보다는 잠들기 전이나 이동 시간에 틈나는 대로 책을 펼칩니다. 혼자 있는 조용한 시간이 생기면, 온전히 책에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과거에는 책과의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종이책을 선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읽고 싶은 책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요즘에는 여러 권을 한 번에 가지고 다녀도 부담이 없는 전자책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인상 깊은 구절을 표시해뒀다가 나중에 찾아보기도 편리하더라고요.
여러 권의 책을 한 번에 가지고 다닐 수 있어서 전자책을 가지고 다니는데, 사실 이런 성향은 제 독서습관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평소 책을 읽을 때 편식하지 않으려고 신경 쓰는 편입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두루 읽다 보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지요. 편향된 시각에 치우치거나 일관된 답을 고집하는 것은 지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답을 미리 정해주는 듯한 처세술 책은 웬만하면 피하려고 합니다. 책을 통해서 배울 점들에 한계를 정해두면, 독서의 의미를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만 설명하니, ‘독서’라는 활동이 혼자만의 독립된 취미생활 같지만, 사실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삶에서 삶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독서 모임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하나의 책을 선정해 공통된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 혼자만 책을 읽을 때 보다 훨씬 다양한 시각으로 주제를 바라볼 수 있지요. 또, 굳이 시간을 내어 모이지는 못하더라도 책을 통해 얻은 생각 자체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때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많은 책을 읽다 보면 뜻하지 않게 업무와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최근 읽었던 책 중에 앨런 러스브리저의 ‘다시, 피아노 PLAY IT AGAIN’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의 편집국장이었던 저자가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로서 쇼팽의 걸작 ‘발라드 1번 G단조’를 완주해내는 과정을 그린 책입니다. 1년 만에 꼭 완주하고 말겠다는 저자의 야무진 의지를 적어 나가는 연습 일지는 눈여겨볼만한 포인트입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실제 쇼팽의 악보가 실려 있어, 그 도전의 무게를 간접적으로나마 실감케 합니다.
늘 시간에 쫓기는 일간지 편집국장의 하루에 ‘여유’라는 단어는 생경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피아노 연습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고작 20분 남짓이었는데, 그마저도 미룰 수밖에 없는 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 꾸준히 모여 마침내 그는 멋지게 연주를 소화해냅니다.
사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목표를 이루어 냈다는 사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목표를 성취해가는 와중에도 편집국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소홀하지 않았던 과정들이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그가 도전에 임하던 당시는 위키리크스 사건, 아랍의 봄, 일본 대지진 등 굵직한 이슈들이 들끓었던 한 해였습니다. 그의 일지에는 특종 보도를 위해 치열하게 고군분투한 날들이 적혀 있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성취와 업무적인 성과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허투루 쓴 시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바쁜 와중에도 끝까지 목표를 이루어 낸 그의 모습은 회사 생활에 임하는 저의 자세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활동 같습니다.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책을 대해야 책도 제 삶에 문을 두드리기 때문입니다. 책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커서 생긴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갔는데, 1권만 대출된 상태였습니다. 1권이 반납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혹시 누군가 다음 시리즈를 대출해가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2권부터 나머지 시리즈를 몽땅 빌려버렸습니다. 책을 읽다가 중간에 끊기면 몰입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끊김 없이 읽고 싶었거든요. 결과적으로는 이런 열정들이 모여서 지금까지 꾸준히 독서의 과정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나쓰메 소세키 저/송태욱 엮음, 『마음』, 현암사(2016) (출처 : 예스24)
지금까지 제 마음을 두드렸던 책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딱 한 권만 꼽으라면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고르고 싶습니다. 사실 나쓰메 소세키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당시 작가의 글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나쓰메 소세키가 쓴 다른 책들도 찾아 읽기 시작했어요. 한 권으로 시작된 책이 점차 작가의 모든 책으로 연결되었고, 작가만의 독특한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습니다.
매력적인 작품이 많아서 한 권만 고르기 어렵지만, 아무래도 ‘마음’이라는 책이 저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을 정도로, 인간 내면의 깊숙한 감정들을 비춰주는데요. 100년 전에 쓰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와 타인 혹은 스스로에게서 나오는 근원적 고독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 점이 놀랍습니다. 특히, 인간의 감정을 관찰하는 소설 속 화자가 느끼는 감정선까지 묘사되어 있어, 타자를 바라볼 때 내가 느끼는 감정까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래서 조용한 밤에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최근의 감정 상태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처세술 책에서도 얻을 수 없는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에,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혹시 이 작품이 다소 무겁게 다가온다면, 같은 작가의 책인 ‘도련님’을 먼저 읽어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독서를 하다 보면,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기도 하고,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 둘 때도 있기 때문이죠. 하루를 쪼개서 틈틈이 읽는 책은 자칫 그냥 흘려버릴 수 있는 몇 분의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지나간 경험과 기억들이 책을 통해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는 행위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순간을 기억하거나 시간을 초월하기 위해서 책을 읽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미 쓰여 있는 작품을 제 경험과 감정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일차적인 창작 행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이 오히려 독서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현대로템 사우들도 저처럼 책을 통해 얻는 자유를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잠시 시간을 내어 읽는 책이 어쩌면 하루를 훨씬 여유롭게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우 여러분께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 있는데요. 한유석 작가의 ‘술 마시고 우리가 하는 말’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각 챕터마다 다양한 종류의 술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곁들여집니다. 퇴근길이나 잠들기 전에 여유롭게 술 한 모금을 마시며, 책 한 페이지를 안주로 곁들이면 독서가 더는 과제처럼 느껴지지 않으실 겁니다.
트렌드에 주목하거나, 업무적인 센스를 발휘하고 싶으시다면 브랜드 가치를 집중 조명하는 ‘매거진 B’시리즈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주목 받는 브랜드 속에서 차별화된 ‘한 끗’을 찾아내는 재미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2016년 5월, 프라하 여행 중 프라하대학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는 송치선 과장
저는 여행을 떠나면 그 도시에 있는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르곤 합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잠시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현지인들의 일상에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저만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건물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포근한 책 냄새는 덤이지요. 여러분도 쉴 틈 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만이라도 쉬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겁니다. 그럴 때 책을 통해 나의 일상을 잠시 벗어나 타인의 일상을 만나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신기하게도 정말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그 경험들이 다시 내 삶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하실 겁니다.
글_ 송치선 과장 (현대로템 철도영업본부 해외영업1팀) 음악 감상을 좋아하고, 혼자 여행을 떠나거나 지인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소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현대로템인이다. 입사 후 튀니지 철도청 전동차 사업 설계 문서 관리와 프랑스어 통∙번역 업무를 맡았다. 2010년도부터는 아프리카 지역의 철도 해외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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