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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철도 역사의 시작, 문화역서울 284로 시간 여행 떠나자!

명절이면 늘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있습니다. 두 손 가득 선물을 들고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바로 그곳, 서울역입니다. 100년 전 서울역의 풍경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텐데요. 오늘 현대로템 블로그에서는 서울역 옆에 있는 또 하나의 서울역! ‘문화역서울 284’를 찾아가 옛 서울역의 풍경을 만나봅니다.


우리나라 철도 역사의 출발역

혹시 우리나라에 언제 처음으로 철도가 생겼는지 아시나요? 최초의 철도는 1900년에 제물포역과 서대문역을 잇는 경인선이었는데요. 옛 서울역 역시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가 만들어지던 같은 해에 건설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철도 역사 100년을 기념하는 상징물

사실 처음 생길 당시에는 ‘서울역’이라는 이름 대신 ‘남대문정거장’이라고 불리었는데요. 그만큼 지금의 기차역과는 다르게 작고 소박한 모습이었답니다. 이후, 경의선과 경부선이 개통되면서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점차 늘어났고, 1925년에 와서 지금의 문화역서울 284와 유사한 형태를 갖추며 ’경성역’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붉은 벽돌과 청동색 돔이 인상적인 외관

경성역은 1922년부터 3년간의 공사 기간에 걸쳐 완공되었습니다. 당시 붉은 벽돌, 화강암 바닥, 인조석을 붙인 벽, 박달나무 바닥으로 이루어진 유럽식의 이국적인 외관으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인간중심의 르네상스 양식을 차용한 서양식 건물로 오늘날의 서울역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습니다. 웅장하고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고딕 양식에 반해,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은 사람을 중심으로 치수를 재고, 화려한 장식보다 재료의 특징이 잘 드러나도록 디자인한 것이 특징입니다.


▲세련된 외관이 돋보이는 현재의 서울역

지금은 ‘서울역’ 하면 세련된 유리로 덮인 건물의 모습이 먼저 생각나지만, 불과 15년 전까지만 해도 1925년에 만들어진 경성역의 형태와 갖춘 옛 서울역이 기차역으로 이용되었습니다. 2003년, 현재의 서울역이 지어지면서 옛 서울역은 형태만 남아있게 되었지만, 옛 모습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름다운 옛 서울역을 보존하기 위해 복원 공사가 진행되었고, 지난 2011년 마침내 3년 간의 공사를 마친 옛 서울역이 ‘문화역서울 284’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다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옛 서울역의 모습을 그대로

문화역서울 284를 본격적으로 파헤치기에 앞서, ‘문화역서울 284’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문화역서울 284’라는 이름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명칭공모전을 통해 선정되었는데요. 문화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는 서울의 지역성을 강조하고, 사적 284호 지정된 국가문화재임을 한 번에 드러내고 있는 명칭입니다.


▲옛 서울역의 상징인 중앙 시계

문화역서울 284 건물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중앙에 붙어있는 시계인데요. ‘파발마’라는 이름을 가진 이 시계는 옛 서울역의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지금처럼 시계가 보급되기 전에는 시간에 대한 관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정시성이 생명인 기차를 이용하려면 정확한 시간을 알아야 했습니다. 문화역서울 284의 정면에 보이는 시계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기차의 특성을 대표하는 도구이기도 한 것입니다. 또한, 정확한 약속 장소를 정하는 것이 중요했던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역전 시계가 만남의 장소로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아래에서 보면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중앙 시계의 지름은 무려 160cm에 이른다고 합니다. 1970년대 후반까지는 한국에서 가장 큰 시계이기도 했습니다. 서울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 시계는 경성역의 건설과 함께 설치된 이후, 한국전쟁이 있던 시기에 3개월 정도를 제외하고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고 합니다. 1951년 1∙4후퇴 때, 역무원들이 직접 시계를 분리해 피난을 하러 갔을 정도로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습니다.


▲석재 기둥과 둥근 형태의 창이 어우러진 역사 내부(위)와 스테인드글라스가 위용을 뽐내는 역사 천장(아래)

정문을 통해 내부에 들어서면, 탁 트인 중앙홀이 가장 먼저 사람들을 맞아줍니다. 중앙홀은 석조 건축물의 아름다움이 잘 표현되어 있는데요. 석재 기둥과 반원형의 창, 상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고급스럽고 기품있는 자태를 자랑합니다. 중앙홀은 옛 모습을 잘 간직한 덕분에, 근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영화 암살(2015)에서는 의열단원들이 중앙홀을 통해 잠입하는 모습이 등장하는데요. 이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연출된 장면으로, 1927년 1월 30일 자 매일신보에 의열단원이 경성역을 통해 잠입한다는 첩보 기사가 실려있기도 합니다.


▲수하물을 부치는 곳으로 이용된 높은 기단

석재기둥은 천장 부분의 돔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자세히 보면 기둥마다 기단의 높이가 다릅니다. 이 중 높은 기단은 양쪽 기둥을 연결하여 수하물을 부치는 공간으로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이동할 곳은 대합실입니다. 정문 양옆 창구에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끊은 후, 열차가 오기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장소인데요. 구매한 좌석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대합실도 달랐습니다.


▲원형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1∙2등 대합실의 장식 기둥

우선 만나볼 곳은 1∙2등 대합실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특실에 해당하는 1∙2등석 표를 끊은 승객이 이용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특히 가운데 있는 화려하고 섬세한 기둥은 90여 년 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되어 있어 옛 서울역의 품격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1∙2등석을 구매한 여성들이 대기했던 부인대합실

그런데 1∙2등 좌석표를 구매한 사람 모두가 1∙2등 대합실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당시만 해도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전통 가치관의 영향으로, 남녀가 한 공간에 있는 것이 낯설었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2등석 표를 구매한 여성 승객들은 ‘부인대합실’에서 따로 대기해야 했습니다.

대합실을 이용할 때는 이렇듯 남녀의 구별이 있었지만, 실제로 열차 객실을 이용할 때는 구분 없이 한 공간에 탑승했습니다. 이 때문에 남녀가 한 곳에 있는 새로운 기차 안 풍경에 감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기차가 고급 계층의 전유물이었는데요. 1∙2등 대합실도 그렇지만 1∙2등석 칸의 내부 역시 카펫과 식물, 조명 등의 럭셔리한 장식을 갖추고 있었다고 합니다.


▲역사적인 인물들이 머물렀던 귀빈실 내부

그렇다 보니, 고급 계층 중에서도 특별한 귀빈을 모시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역사책에나 나올 법한 인물들이 귀빈실을 거쳐 갔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등 나라를 대표하는 귀빈들은 물론이고, 조선의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도 귀빈실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비를 막기 위한 포치 형태의 귀빈실 출입구

귀빈실은 출입구도 따로 있었습니다. 귀빈들은 중앙홀로 들어오는 출입구 측면에 마련된 문을 통해 오갔는데요. 중앙홀 출입구와는 다르게 문 앞에 지붕이 덮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를 ‘포치’라고 하는 데 우천시 차량에서 내릴 때, 귀빈이 비를 맞지 않고 바로 들어올 수 있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귀빈실 앞쪽에는 귀빈의 옆을 지키는 수행원들을 위한 공간인 ‘귀빈예비실’과 역장이 상주하는 ‘역장실’도 있는데요. 다른 사무 공간과는 다르게 역장이 직접 귀빈을 모실 수 있도록 귀빈실 바로 옆에 역장실을 두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 양식당 ‘그릴’의 운영 당시 모습

2층으로 올라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양식당인 ‘그릴’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현대로템 블로그에서 문화역서울 284를 찾았던 날에는 전시 준비 중인 관계로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사진으로나마 그릴의 명성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릴은 당시 고급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높은 천장과 화려한 샹들리에를 갖춘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용 엘리베이터도 있었습니다. 요리사만 해도 40명에 이를 정도로 그 규모가 대단했는데요. 주로 이용하는 계층도 고위 관료와 귀족들이었으며, 해방 이후에는 대통령 및 1급 배우들도 자주 찾는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문화 공간

최근 문화역서울 284는 무엇보다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그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옛 서울역의 모습은 그대로 살리면서, 공간 곳곳을 미술 작품으로 채우고 있는데요. 회화뿐만 아니라 설치, 공연 등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표현할 수 있어 예술인들에게 사랑받는 전시 공간입니다.

건물 1층에 8개, 2층에 6개의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건물 오른편에는 RTO 공연장이 있어서 보다 풍부하게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예술 간의 경계를 좁히는 대표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문화역서울 284! 앞으로는 어떤 전시들이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이 밖에도 문화역서울 284에서는 다양한 역사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가로 활약했던 왈우 강우규 의사상과 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는 서울역사 벽체의 일부 등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공간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더욱 깊이 있게 그 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더욱 자세한 관람을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꼭 신청하시기를 추천합니다.


문화역서울 284 공간투어 신청 안내

◎ 운영시간 : 평일 - 화 수 목 금 14시, 16시 / 주말 - 토 일 14시, 16시
◎ 장소 : 문화역서울 284 전관
◎ 참여정보 : 무료, 전연령 참여 가능
◎ 문의 : 02-3407-3500


▲문화역서울 284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서울로 7017

문화역서울 284의 주변 볼거리로 ‘서울로 7017’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서울로 7017은 아름답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휴게 공간으로, 고가도로를 정원으로 개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곳에 올라서면 현대로템에서 제작한 기차들이 오가는 모습과 문화역서울 284의 건물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달리는 기차를 볼 수 있는 시간표

처음 기차가 도입되었을 당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데 무려 12시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지금은 볼 수 없는 침대칸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오늘날, 현대로템이 만든 KTX를 타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2시간 반 만에 도착할 수 있으니, 과거와 비교하면 몇 번을 왕복할 수도 있는 수준입니다.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오래 즐길 수 있도록 현대로템은 오늘도 기술의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안전하고 빠른 기차로 시간을 아낀 만큼, 이번 주말에는 서울역 주변 공간을 돌아보며 여유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