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폭폭 굉음과 함께 달려가는 증기 기관차. 점점 다가올수록 증기기관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가운데, 열차는 ‘빠앙~’ 소리를 거칠게 뿜어내며 눈보라 가운데를 뚫고 지나갑니다. 이 장면은 바로 영화 <철도원>의 오프닝 시퀀스인데요. 증기기관의 소리는 이제 사라졌지만 ‘철컹철컹’ 철로 위를 달리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기적은 ‘철도’ 하면 생각나는 중요한 상징입니다. 오늘 현대로템 공식 블로그에서는 알아두면 쓸데있는 철도 기적(경적) 상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적(汽笛)’은 기차나 선박이 증기를 내뿜는 힘으로 소리를 내는 장치 또는 그 장치에서 내는 소리를 뜻합니다. 이제는 증기가 아닌 공기압축기에서 만들어진 압축공기나 전기등으로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아서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탈것에서는 ‘경적(警笛)’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기차와 선박에서는 아직도 경적과 기적을 혼용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혼(Horn)’이나, 프랑스의 자동차 부품 제조사 이름에서 따온 ‘클랙슨(Klaxon)’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전동차 상단에 장착된 공기기적. 다른 음계의 두 가지 혼을 달아 놓는 경우가 많다
기적의 종류는 크게 ‘공기기적’과 ‘전기기적’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음색기판과 스피커를 결합해 운전자의 스위치 조작에 따라 소리를 내주는 방식의 기적을 전기기적이라고 하며, 공기기적은 공기를 불어넣어 운전자의 스위치 조작에 따라 소리를 내는 방식입니다.
또한 전기기적 중에는 멜로디를 재생할 수 있는 ‘뮤직 혼’도 있습니다. 한국의 전동차에는 공기기적이나 전기기적 둘 중 하나와 뮤직 혼이 동시에 탑재되어 있습니다. 특히 한국 전동차 뮤직 혼의 멜로디는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동요 ‘자전거’의 선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이 기적의 용도는 과연 무엇일까요?
자동차 등 대중교통의 경적은 도로 위의 다른 차량에 위험을 경고하거나 다가오지 못하도록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진행 방향으로 접근하는 사람이나 동물이 탈것을 의식하고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하죠. 선박 중에서는 주로 큰 배들이 기적을 활용하는데, 우렁찬 소리를 내어 근처의 배들과 충돌을 피하고 작은 배들이 물결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경고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철도의 경우 정해진 철로만 달리면 되는데 굳이 경적이 필요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Yes’입니다.
▲철도 건널목에도 여러 가지 신호체계가 준비되어 있지만 열차 역시 기적으로 신호를 보낸다
전국에 혈관처럼 깔린 철로는 대부분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다른 차량이 들어갈 수 없도록 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량과 사람들이 건널 수 있는 철도 건널목도 한국에만 1,000개를 훌쩍 넘습니다. 물론 철도 건널목마다 신호등이 있긴 하지만 열차도 자체적으로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듯 열차의 출발이나 정지 시 또는 차량 주위에 경계를 알리기 위하여 기적을 설치해야 하는데요.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기적 소리에도 다양한 의미가 있다고 하니 지금부터 함께 알아볼까요?
- 철로 위에 사람/동물/차량 등이 있을 때: 짧게 여러 번
- 열차가 멈추기 직전: 짧게 한 번
- 플랫폼 진입할 때: 길게 한 번
- 열차가 달리기 전: 길게 두 번
- 철도건널목 진입 전: 짧게 4회(20초 전)
사람들이 제일 많이 듣는 기적 소리는 ‘빠아앙~’ 소리입니다. 이것은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설 때 반드시 울리는 소리로 지하철을 제외하고 지상을 달리는 열차에서 모두 들을 수 있는 소리입니다. 또한 열차가 브레이크를 풀고 다시 달리기 직전에는 긴 경적을 두 번 울립니다. 멈추기 직전에는 짧은 기적을 한 번 울립니다. 또한, 철도 건널목에 들어설 때는 도착 20초 전 반드시 경적을 4회 울려야 합니다. 철로에 사람이나 동물, 차량 등 위험한 요소가 있는 상황에서 기관사는 짧은 기적 여러 번을 울려 위험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영미권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신호이고, 한국의 철도차량 운전에 대한 법령인 '철도차량운전규칙'(2019.1.2 시행)에는 '위험을 경고하는 경우', ‘비상사태가 발생한 경우'라고만 명시되어 있습니다.
▲경적을 울리지 못하도록 한 곳에는 반드시 고가도로와 육교를 설치한다
열차는 기적을 통해 철로 위 사람이나 차량의 안전은 물론 승객의 안전까지 지켜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해 경적을 울리지 못하게 되어 있는 곳들도 있죠. 그런 지역에는 반드시 고가도로와 육교를 설치해 혹시 있을지 모르는 미연의 사고를 방지합니다. 또 하나의 알쓸신철! 수능 시험을 보는 날에는 철도차량이 시험장 부근 역을 지날 때 서행하는 것은 물론, 기적 사용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기적은 운전자의 조작에 의해서 소리가 발생되어 경고를 주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무인운전열차의 경우에는 열차 운영 환경을 운전자처럼 경계할 수가 없기에, 열차의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이를 보완하기도 합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중앙 관제 센터에서 철도와 선로 상태를 모니터하고 열차를 감시 및 제어할 수 있는 통합 신호시스템을 사용하여 더욱 안전한 철도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열차뿐만 아니라 선로 및 전차선 등에서 사물을 인식하는 솔루션을 통해 기적 없이도 모두가 안전한 열차시스템이 가능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를 철도에 대한 추억으로 인도하는 기차 기적 소리의 최종 목적은 단 하나, 안전입니다. 승객을 빠르게 이동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교통의 가장 큰 존재 의의는 고객의 여정을 보다 안전하게 완성하는 것입니다. 현대로템 역시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이제 철도차량을 이용할 때 들리는 기적 소리와 신호가 조금 더 의미 있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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