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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데 있는 공전 현상과 살사장치 상식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경쟁했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영화 ≪포드 v 페라리≫인데요. 이 영화는 불가능을 즐기는 자동차광으로 분한 맷 데이먼과 크리스천 베일의 등장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화려한 자동차 액션신이 큰 인기였는데요. ‘끼익~’ 굉음과 연기를 일으키며 자동차가 튀어 나갈 때의 휠스핀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명장면입니다.

그런데 자동차에서만 발생하는 줄 알았던 이 휠스핀이 기차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 현대로템 공식 블로그에서는 기차의 휠스핀이라 할 수 있는 공전 현상과 이를 막아내는 살사장치에 대해 소개합니다.


기차의 휠스핀, 공전 현상과 그 원인은? 

모든 차량은 바퀴와 지면의 마찰력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갑니다. 휠스핀은 갑자기 바퀴에 강한 엔진 출력이 걸렸을 때, 견인력이 바퀴와 도로의 점착력을 넘어 헛돌게 되면서 발생하는데요. 기차에서 일어나는 휠스핀 현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차의 휠스핀을 ‘공전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먼저, 아래 영상을 보실까요?


▲ 기관차의 바퀴가 헛돌면서 일어나는 공전 현상 (출처: Delay In Block 유튜브 채널)

기관차의 바퀴가 헛돌면서 번쩍번쩍 무섭게 불꽃이 튀는 것은 공전 현상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전 현상이 일어나면 바퀴와 선로가 마모되어 승차감이 좋지 않고 진동도 늘어나는 것은 물론, 탈선의 위험까지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차량의 유지보수 비용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죠.


▲공전 현상이 심하게 일어나 레일이 상한 모습 (출처: reddit.com 홈페이지)

그런데 언뜻 생각하기에는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수십 톤이 넘는 기차의 무게가 걸린 바퀴가 어떻게 궤도에서 헛돌 수 있을까요? 그것은 기차의 바퀴와 달리는 레일 때문입니다. 자동차의 경우 도로를 아무리 잘 닦아도 노면이 거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노면을 잘 딛고 달릴 수 있도록 날씨와 기후에 따라 점착력을 늘린 타이어를 장착하고 운행하게 되는데요. 그러나 기차의 경우 철제 바퀴로 매끈한 레일 위를 달리기 때문에 바퀴와 레일 사이 점착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모래를 뿌려 공전 현상을 막아주는 살사장치

공전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기차에는 ‘살사장치’(撒沙裝置)’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살사장치는 열차 바퀴와 레일 가운데 모래를 뿌려주는 장치를 말합니다. 기차가 출발하거나 구배를 올라갈 때, 레일과 바퀴 사이에 모래를 뿌려주면 이 모래가 레일과 바퀴의 점착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 공전 현상을 방지하고 원활히 주행할 수 있죠. 살사장치는 제동할 때도 사용되는데요. 


▲ 살사장치가 작동하는 모습 (출처: metraf40c 유튜브 채널)

기차는 점착력이 낮기 때문에 자동차처럼 단박에 멈추어 설 수가 없고 천천히 속도를 줄여줘야만 합니다. 그마저도 레일이 미끄럽거나 할 경우 브레이크를 잡았을 때 멈춰서지 않고 바퀴가 미끄러지는 ‘활주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이때도 살사장치로 모래를 뿌려주면 활주 현상을 막고 비교적 빨리 멈추어 설수 있습니다.

살사장치에는 ‘자동 살사 방식’과 ‘수동 살사 방식’이 있습니다. 바퀴에 센서를 부착해 차량이 전진하는 거리보다 바퀴의 회전수를 토대로 계산한 거리가 많을 때 자동으로 모래를 뿌려주는 방식이 ‘자동 살사 방식’이고, 운전실에서 페달을 밟았을 때 살사해주는 것이 ‘수동 살사 방식’인데요.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합니다.

살사장치에 아무 모래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 차량에는 1.2~1.5mm 모래를 사용하며, 고속차량은 진동을 줄이기 위해 입자가 더 작은 0.3mm~1.0mm의 모래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입자의 모래라 하더라도 동절기 사용에는 결로 현상 및 동파 등으로 사용상에 제약이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 호스 등이 얼지 않도록 모래통에는 히터도 적용하고 호스에는 따뜻한 바람도 불어 넣어주어 겨울철에도 정상적인 동작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모든 기차에 살사장치가 달려있을까? 

▲KTX 차량의 살사장치 설치 위치. A와 B 구역에 설치되어 있다 (출처: 철도산업정보센터)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KTX’에도 살사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KTX의 경우 전방 기관차의 앞바퀴와 첫 번째 객차의 두 번째 바퀴, 맨 끝 객차의 세 번째 바퀴와 후방 기관차의 마지막 바퀴에 살사장치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죠.


▲현대로템이 제작한 국내 첫 동력분산식 고속 열차 ‘EMU-250’

그러나 앞으로 도입될 고속 열차인 ‘EMU-250’에는 살사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데요. 이는 EMU-250이 동력분산식 열차이기 때문입니다. 동력집중식 열차는 앞과 뒤의 기관차가 나머지 모든 객차를 견인하는 방식으로 기관차의 바퀴가 큰 힘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그만큼 공전 현상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그러나 동력 분산식은 견인력을 낼 수 있는 열차가 여러 대여서 조금씩 힘을 분산해 달리기 때문에 공전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굳이 살사장치를 설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같은 이유로 5량의 동력차와 5량의 객차가 핑퐁으로 연결되어 달리는 지하철 역시 살사장치를 따로 설치하지 않습니다.

이제 살사장치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확실히 아셨죠? 앞으로 기차역에 가실 때는 기관차의 앞바퀴를 유심히 살펴보세요. 우렁찬 소리와 함께 출발하는 열차의 바퀴와 레일 사이에서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살사장치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요! 

오늘 현대로템 공식 블로그에서 준비한 ‘알쓸신철’ 즐겁게 보셨나요? 앞으로도 현대로템 블로그를 통해 철도와 관련된 알차고 유용한 상식을 계속 전해 드릴 테니, 다음 시리즈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