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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칼럼] 나의 추석 이야기

Future & Life

by 현대로템 2018. 9. 2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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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9월은 어떠셨나요? 올해 9월은 추석이 있어 그 어느 달보다 바쁜 한 달이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는 가족과 주변의 고마운 분들을 챙기느라 바쁘고, 명절을 지내고 나서는 차례 지내기, 장거리 운전,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의 ‘일상다반사’로 인해 피곤한 까닭에 어른이 될수록 추석이나 설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닌데요. 추석이 더 이상 설레고 기대되지 않는다면 당신도 어른이 된 증거! 어른이 된 우리들에게 전하는 현대로템 박영준 차장의 소박한 추석 이야기, 우리가 잊고 있었던 따사로운 추석의 기억을 9월 현대로템 임직원 칼럼으로 만나봅니다.


어른이 되어 맞이하는 추석의 감상

안녕하세요! 저는 현대로템 본사 총무팀에서 근무하는 박영준 차장입니다. 이렇게 칼럼을 통해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올해 추석, 모두 고향 잘 다녀오셨나요? 다른 해 보다 넉넉한 명절연휴로 인해 추석 귀성·귀경길이 조금은 여유로웠던 추석이었습니다. 또한 연차를 붙여 사용해서 모처럼 여행을 다녀온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추석을 맞아 명절 준비와 마무리에 바쁜 9월을 보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추석을 지내는 부모님들의 속마음도 모르고 그저 설레고 들뜨기만 했지요.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 가서 친척들을 만나고 뛰어 노는 것도 재미있었고 송편, 산적, 잡채처럼 평소 먹기 힘든 명절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제 어른이 되니까 그때 그 명절을 치르는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KTX 고속열차나 프리미엄 우등버스 같은 편리한 교통수단이 있던 시절이 아니니 고향 가는 길 운전 한 번 하면 10시간이 기본이었던 아버지. 그리고 지금처럼 온라인 쇼핑이나 인터넷 장보기가 있던 시절이 아니니 명절준비를 위해 큰 시장을 여러 번 다니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던 어머니. 오늘날 교통이 편리해지고 스마트폰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지만 여전히 명절 치르는 것은 만만치 않은 숙제임에 틀림없는데요. 제가 어른이 되어 직접 느껴 보니 명절 한 번 지내기 위해서 부모님의 노고가 얼마나 컸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고향 가는 길은 고생길? 아니, 추억길!

저는 명절 때마다 태어나고 자란 경기도 안양에서 부모님의 고향인 경남 하동까지 가야 했습니다. 오랜 시간 장거리 운전을 담당하시는 아버지, 막히는 도로 위에서 배고프고 힘들지 않도록 김밥과 유부초밥, 과일, 간식과 음료수를 든든히 준비하시는 어머니. 그리고 소풍이라도 떠나는 듯 신이 난 우리 남매의 모습이 지금도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이라 아버지와 함께 지도책을 펼치고 교통정체를 피해 우회할 수 있는 국도는 어떤 것이 있는지, 지금 지나는 곳은 어디인지 확인하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어린 저희들은 아버지의 든든한 부사수인 양 지도를 보고 함께 진지하게 이동 노선을 고민하곤 했죠. 또한 어머니가 준비해 주신 김밥과 유부초밥도 들뜬 마음에 한 몫 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김밥과 유부초밥을 무척 좋아하는데요. 어린 시절 차 안에서 먹었던 달콤새콤한 그 맛을 잊지 못해서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온 가족이 나들이 떠나는 것처럼 고향 가는 길에 올라 한참을 달리면 하동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모두 함께 큰댁이 있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어르신들과 친척들께 인사를 드리러 가죠. 인사를 드릴 때마다 친척들이 챙겨 주신 용돈이 모이면 어느새 주머니가 넉넉해졌습니다. 어른들께서 주신 추석맞이 ‘특별 보너스’로 평소 사고 싶었던 책이나 장난감을 사면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모릅니다. 명절에 만나는 친척 조카들에게 조금이나마 용돈을 꼭 챙겨 주려고 노력하는 까닭은 이 때문입니다. 제가 어릴 때 느꼈던 즐거움을 조카들도 느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지요.


타국에서 새롭게 발견한 명절의 의미

저는 현대로템 브라질 법인에서 3년간 인사·총무 담당으로 주재원 생활을 하고 올해 초 본사로 복귀했습니다. 브라질 근무 초기에는 혼자 생활했고 약 반년 후 가족이 모두 브라질에 왔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브라질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맞은 첫 명절은 홀로 지내야 했습니다.


▲2016년 3월 30일 브라질 현대로템 공장 준공식에서 함께한 브라질 직원들과 함께. 윗줄 가운데 박영준 차장의 모습.

타국에서 맞는 첫 명절, 영상통화로 만나는 가족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애틋하고 그립게 다가왔죠. 그렇지만 현지에 적응하면서 가까워진 주재원 선배들을 비롯한 우리나라 동포들은 머나먼 브라질에서 가족만큼 두터운 정으로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브라질은 우리나라와 반대의 날씨라 반팔 입고 한여름 날씨 속에서 맞이하는 설날, 겨울 끝자락 초봄의 쌀쌀함 속에서 맞이하는 추석은 이채로웠습니다. 브라질은 추석과 설날을 쇠지 않으니 당연히 쉬는 날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명절을 앞둔 주말에 한국 교민들이 함께 모여 명절 음식을 해 먹고 같이 웃고 떠들며 고향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은 큰 위로가 되는 따사로운 추억입니다. 음식 솜씨가 좋은 분들은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는 명절 음식을 뚝딱 만들어 오기도 했습니다. 타국에서 먹는 우리나라 명절 음식은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그리움의 맛이 더해져서 잊을 수 없는 별미입니다.

브라질에서 보낸 추석과 설날은 저에게 있어 ‘명절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키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명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과 교감을 확인할 수 있는 날인 것 같습니다. 물론 따뜻한 교감을 꼭 명절에만 확인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점차 개인화되고 갈수록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살아가는 이 시대에 명절만큼은 잠시 쉼표를 찍고 주변의 고마운 분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에 좋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명절은 꼭 우리 가족만의 날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 또한 가지게 되었습니다. 곁에 있는 고마운 사람,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 모두와 함께 지금 있는 곳에서 훈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명절일 것입니다. 명절을 맞이해 우리 가족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주변의 소외된 이웃과 외로운 분들을 한 번 더 떠올려 보는 것이 중요한 까닭도 여기에 있겠죠.


진정한 고향을 찾아가는 모두의 추석

예전에는 내가 태어난 곳, 자란 곳이 ‘고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진정한 고향이라고 말이죠.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는 곳은 어디든 고향입니다.

어른이 되어 겪는 추석과 설은 때로 ‘의무방어전’처럼 느껴집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묵직하게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제 속에는 아직도 맛난 음식과 두둑한 용돈과 반가운 친척들의 만남에 들뜬 소년이 숨쉬고 있지만 가끔은 어른으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고 느낍니다. 그럴 때마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습니다. 제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진짜 고향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고 말이죠.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함께라면 웃을 일도 많지만 가끔은 울컥하는 순간도 생깁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명절을 지내고 오는 이유는 미운 정 고운 정 가득한 우리는 가족이며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수십 번의 추석을 겪고 난 이제서야 비로소 명절을 위해 10시간이 넘는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가는 아버지와 며칠 내내 음식을 장만하시던 어머니의 진짜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두 분에게는 즐거움보다 인내가 더 컸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린 자녀였던 저희가 짐작하기 어려운 참을성과 인내심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로 향하는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 두 분께는 명절이 그런 의미였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젠 제가 그 의미를 찾아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명절을 지내러 갑니다.

여러분의 추석은 어떠셨나요? 글을 마무리하면서 한 번 더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고향은 어디인가요? 역시 함께 묻고 싶습니다. 어느새 눈 깜빡할 사이에 2019년 설이 다가올테고, 거기서 한 번 더 눈 깜빡하면 내년 추석이 코 앞에 다가와 있겠지요. 내년 명절엔 올해보다 더욱 따사롭고 훈훈한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올해 추석,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글_ 박영준 차장 (현대로템 본사 총무팀) 3년 간의 브라질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2018년 복귀한 박영준 차장은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금손’의 손재주와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이 빛나는 현대로템인이다. 최근에는 총무 업무 외에 워크스마트TFT에서 업무 효율 증대, 및 효율적 공간을 만드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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